정부광고 수수료는 언론발전 위한 '기금'

[기고] 배경록 언론재단 정부광고본부장

배경록 언론재단 정부광고본부장

최근 지역 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재단)이 전국 순회 상생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에 대한 몇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다(기자협회보 4월21일자 3면 보도). 정부광고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입장에서 수수료에 대한 일부 오해를 풀고 언론과 재단이 상생하는 길이 무엇일까 되짚어보게 된다.
2018년 12월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면서 재단이 정부광고 업무 수행 및 수탁기관으로서 광고비 10% 수수료 징수가 법적 근거를 부여받게 되었다.


이 법률에서 수수료는 △신문, 인터넷신문, 인터넷뉴스 서비스, 뉴스통신 및 잡지의 진흥을 위한 지원 △방송, 광고 진흥을 위한 지원 △그 밖에 언론진흥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사용하도록 못 박고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수수료는 광고주(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가 광고를 집행하면서 내는 ‘언론발전기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관객이 영화 한 편을 보면서 관람료의 일정액을 ‘영화발전기금’으로 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재단으로 하여금 언론 발전에 쓰도록 기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언론 발전 외에도 정부의 정책홍보를 위한 광고의 제작, 컨설팅, 매체사 선정, 협력사 선발, 광고효과 분석, 세금계산서 발행 등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단 운영비의 일부도 여기에서 충당된다.


실제로 재단은 매년 수수료의 80%가량을 각종 언론진흥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지역 기자협회가 코로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언론사 경영난 타개책으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정부광고법 발효 이전까지는 광고주가 수수료를 포함한 광고비 총액을 매체사에 지급하고, 광고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단이 매체사로부터 돌려받는 방식이었다(commission 방식). 법 발효 이후 수수료와 광고비는 구분되어, 수수료는 광고주가 재단에 따로 지급하는 체계로 바뀌었다(fee 방식). 매체사를 경유해 받던 수수료를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 광고주가 직접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언론사들에게 지불되는 광고비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이런 구조에서 수수료율을 5%로 낮춘다고 해서 그 차액이 언론사에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 및 공공기관의 광고예산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광고 매체로서 언론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수수료 인하보다는 신유형의 광고 개발이나 품질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광고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수수료 인하는 결국 재단이 수행하는 각종 언론진흥사업의 위축으로 이어져 언론사와 언론인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전국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재지원 사업, 연수·교육 사업, 저술지원 사업, 생활자금 대출사업 등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쳐, 여기에 참여하고자 하는 청소년, 교사, 학부모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저널리즘 발전과 언론의 신뢰회복을 위해 실시하는 각종 연구·조사, 심포지엄 등은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과연 언론과 재단이 상생하는 다른 길은 없는 것일까?


언론발전기금 성격의 수수료 요율을 상향조정해 보다 많은 혜택이 언론인과 언론사에 돌아가도록 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안해 본다. 수수료를 1%만 인상하면 2020년 기준 100억원가량의 ‘언론발전기금’이 추가 조성될 것이다. 물론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예산 증액이 선행되어야하기 때문에 언론진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영화발전기금’이 오늘날 영화 기생충과 윤여정 배우를 탄생시켰듯이 ‘언론발전기금’이 한국 언론의 신뢰회복과 언론산업의 자생력 제고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과 재단이 함께 갔으면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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