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관련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딸 조민씨를 연상시키는 일러스트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던 조선일보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28면 전체를 할애해 일러스트 게재 경위를 설명하고 독자들에게 재차 사과하는 한편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재발 방지 대책은 △팩트체커 도입해 디지털 점검 강화 △과거에 쓴 일러스트 전면 사용 금지 △출고 전 관련 부서에 이미지 점검 의무화로 요약된다. 조선일보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디지털 팩트체커 제도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며 “디지털 팩트체커는 온라인 기사뿐만 아니라 사진·영상·일러스트·그래픽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적정성 여부와 언론 윤리 저촉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험이 풍부한 언론인을 중심으로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제작된 일러스트는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며 “또한 취재부서와 사진부 등 관련 부서가 주요 디지털 기사의 사진과 영상, 일러스트 등을 출고 전에 점검하기로 했다. 이미 출고된 기사 내 이미지 수정 시 취재 기자가 해당 부서 책임자에게 사전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수정 내용과 근거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으며, 저작권 문제를 포함해 이미지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마련해 구성원에게 알리고 수시로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 디지털 기사에 대한 콘텐츠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지면뿐만 아니라 온라인에 출고되는 기사도 각 부서 팀장급 이상 간부가 최종 출고 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현장에 있는 일선 기자가 송고하는 속보의 경우에도 출고 직후 기사와 이미지 내용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윤리위원회 28일 회의 열어 재발 방지 대책 등 권고
이번 재발 방지 대책은 조선일보 윤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마련됐다. 윤리위는 지난 28일 회의를 열어 조선일보에 상세한 경위 설명, 책임 소재 규명 및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윤리위는 “조선일보 디지털 시스템 확장 과정에서 허점이 다수 드러났다”며 “이번 일을 심각한 사안으로 여겨 독자들에게 자세한 경위를 설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날 회의엔 위원장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를 포함해 김근상 성공회 주교,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안덕기 조선일보 부국장, 김인원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조선일보는 윤리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도 지면에 자세히 소개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사회부 대구취재본부 이 모 기자는 지난 20일 오후 3시54분쯤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 제하의 기사를 작성했고, 이 기사는 21일자 조선일보 A12면에, 또 조선닷컴 홈페이지엔 21일 오전 5시에 올라갔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이처럼 지면에 텍스트만 나간 기사가 그대로 온라인에 게재되면 주목도가 떨어지고, 잘 노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자들이 나중에 관련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덧붙일 때가 종종 있다”며 이 기자도 같은 이유로 나중에 일러스트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자는 ‘3인조’ ‘혼성’ ‘절도’ 등 단어를 입력했지만 적당한 일러스트를 찾지 못해 검색어로 ‘일러스트’를 입력해 400여개를 차례대로 살펴보던 중 해당 일러스트를 발견했다고 한다”며 “이 기자는 ‘기사와 일러스트 속 남녀 숫자가 비슷해 이미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일러스트를 삽입했다’고 했다. ‘검색 당시 그림 속 인물이 조국씨와 딸 조민씨를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확인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고도 전했다.
이 모 기자는 문제의 일러스트를 추가하고 2시간30분여분이 지난 후인 21일 오전 9시쯤, 조선일보 동료 기자로부터 문제를 지적받아 곧바로 일러스트를 교체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문제의 일러스트가 바뀌지 않은 기사 링크가 게시됐다는 얘기를 또 다른 동료로부터 이날 오후 4시19분에 전해 들었다. 이 기자는 SNS 담당자를 찾아 기사 링크 삭제를 요청했으나 이 사실을 담당 데스크나 회사 측에 바로 보고하지 않았고 논란이 된 후에야 경위를 담은 1차 보고서를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에 제출했다. 조선일보는 “이 문제가 불거진 후 조선닷컴은 이 기자가 과거에 쓴 기사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했고, 그 결과 지난해 2건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일러스트를 사용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윤리위는 문제가 된 부적절한 일러스트 사용이 조선일보 윤리규범 제11장 3조 1항 ‘과거에 촬영한 자료 사진이나 영상을 사용할 경우 과거 이미지임을 표시한다’와 2항 ‘과거에 촬영한 자료 사진이나 영상을 당사자에게 불명예스러운 자료 화면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윤리위는 해당 윤리 규정 위반에 대해 책임 소재 규명을 조선일보에 요청했다”며 “이에 따라 조선일보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책임 소재를 밝히고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국 전 장관, 조선일보 및 기자와 편집 책임자에 10억원 손배 청구
한편 조국 전 장관과 딸 조민씨는 이날 조선일보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편집 책임자를 상대로 각각 5억원씩, 합계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조 전 장관과 딸의 명예와 인격권은 조선일보의 기사로 인해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침해됐다”며 “기사라는 공적 매체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을 함부로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 상습적인 범법행위를 강력히 예방하기 위해 높은 위자료 금액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별도로 조 전 장관은 LA조선일보 건에 관한 미국 법원 제소에 대해 관련 법리와 변호사 선임 등을 면밀히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