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2일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국어과 교육과정의 시안을 발표하는 이 토론회에서는 미디어 교육과 관련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을 볼 수 있었다. 국어과의 교수·학습 내용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과 함께 ‘매체’를 공통 교육과정에 신설하는 방향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연구진 수준에서 제시한 의견이지만 문자 교육 중심의 전통적인 국어 수업에서 한 발 나아가 다양한 시각 정보와 디지털 미디어를 읽고 쓰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제안에 많은 현장 교사들이 공감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린 시기부터 미디어를 적절하게 수용하고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에게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수업 내용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교사와 학부모들도 있다. 겨우 연필을 쥐고 몇 개월에 걸쳐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를 이용해 무언가를 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학습자들의 발달 정도와 단계에 맞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글자를 쓰고 읽는 기초적인 문식성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도 매우 중요하다. 수준 높은 사유는 분명 글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는 간단한 단어와 이모티콘을 이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친교적 활동을 하거나,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가 담긴 글이나 영상을 찾고 공유하는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있다. 하루 동안 우리가 종이에 글을 얼마나 쓰는지와 온라인에서 쓰는 글쓰기 활동의 양을 비교해보면 매체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할 수 있다.
매체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문자를 통한 글쓰기 교육이 기본이며 이를 통해 문해력과 사고력을 증진하면 굳이 매체를 학교에서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문자 중심의 언어체계는 다양한 미디어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공간의 의사소통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디지털 공간에서 카드뉴스, 유튜브 쇼츠와 같은 콘텐츠와 플랫폼이 문자보다 힘을 얻고 있는 건 그만큼 이미지나 동영상 같은 시청각적 정보들로 소통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디지털 기술을 중재하여 사용하는 능력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디지털 공간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내가 수업했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 중에는 개인 태블릿을 갖고 다니며 궁금한 것은 바로 검색해서 찾아보는 학생이 있는 반면, 어떤 학생은 인터넷 검색을 위해 어떤 앱을 실행시켜야 하는지조차 몰라 항상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카카오톡 등에서 재미 삼아 올린 밈(Meme)이나 동영상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혹자는 이미 어린이들의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 사용 시간이 높은 상황에서 학교에서 미디어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교육을 실행했을 때 생기는 신체적·정신적 문제들에 대해 우려한다. 또한 온라인의 수많은 자극적인 콘텐츠들에 노출되었을 때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얼마전까지 근무했던 학교처럼 1학년부터 6학년 모든 학생에게 개인 태블릿과 노트북을 지급했던 특별한 학교에서조차 온종일 태블릿과 컴퓨터를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오히려 교사들이 미디어와 디지털 기기 사용의 문제점에 대해 교육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학생들과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과 방법에 대해 약속을 정하는 학급도 있었다.
새로운 교육 내용이 등장할 때마다 항상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등장했다. 그러나 시대적인 요구와 변화라는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교육과정 연구진들이 제안한 ‘매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 당국이 답을 내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