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준 MBC 사장이 “우리 앞의 엄혹한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며 “압력에 굴하지 않는 보도, 진실한 보도”를 강조했다. 안형준 사장은 17일 열린 취임식에서 “대한민국은 저널리즘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안 사장은 “자랑스러운 문화방송 임직원 여러분과 미디어의 바다를 항해할 꿈을 꾸어왔기에 이렇게 여러분을 부르게 돼 무엇보다 가슴 벅차다”며 “그러나 동시에 태산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대한민국은 저널리즘의 위기를 맞고 있고, 공영미디어의 독립성은 물론 존속 여부까지도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사장으로서 여러분께 가장 먼저 드릴 말씀은 우리는 주권자인 시민을 대변하는 공영미디어로써 그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압력에 굴하지 않는 보도, 진실한 보도, 약자의 작은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보도, 옳은 비판을 수용하는 정직한 보도가 필요한 시대다. 언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속에서 MBC는 신뢰의 이름이 되어야 하고, 선배님들이 해 오셨던 대로 엄중한 시대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MBC, 또 지역과의 화합도 강조했다. 안 사장은 “우리의 경쟁자는 더 이상 지상파 방송사가 아니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를 찾기 위한 생존 경쟁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지속 가능한 콘텐츠 기업 MBC를 만드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듯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기에 지역과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장실의 문은 열려 있다. 두드리고 들어오시라”며 “더 투명하고 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저부터 힘쓰겠다. 오해가 오해를 낳고 계파와 파벌을 낳고 조직의 건강성까지 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팩트 체크 기능 강화 위해 MBC 저널리즘위원회 만들겠다"
이날 취임식엔 박태경 부사장, 박건식 기획조정본부장, 도인태 미디어전략본부장, 박장호 보도본부장, 윤미현 콘텐츠전략본부장, 이주환 드라마본부장 등 6명의 등기이사도 자리했다. 박건식 기획조정본부장은 인사말에서 “공영방송 MBC의 공적 책무 강화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공적 책무 보고서와 ESG 보고서 등을 발간하고 그 기준에 맞춰 공영방송의 책무를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팩트 체크 기능 강화, 공정성 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실천해나가기 위해 가칭 MBC 저널리즘위원회 준비 파트를 만들어서 MBC가 나아가야 할 저널리즘의 바람직한 방향을 정립하고 실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장호 보도본부장은 “오래 몸 담았던 익숙한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큰 행운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건 솔직히 부담감”이라며 “현재 우리 뉴스가 모든 지표에서 상당한 성취를 거두고 있긴 하지만 앞길이 험난한 것은 사실이다. 많이 부족한 저지만 지금까지 전임자들이 겪었던 것처럼 안팎에서 지혜를 구해 닥쳐올 상황에 현명하고 용감하게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엔 이례적으로 박성제 전임 사장이 참석해 이임사를 낭독했다. 박성제 전 사장은 “MBC 앞에 아직도 험난한 과제들, 넘어서야 할 위협들이 상존해 있지만 결코 두려워하지 마시라.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오로지 국민의 시선뿐”이라며 “힘든 순간이 왔을 때 우리에게 힘이 되어줄 것은 시청률도 유튜브 조회 수도 영업 실적도 아니다. 국민의 신뢰, 시청자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위협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형준 사장은 지난달 23일 MBC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임명됐다. 애초 취임식은 이달 초쯤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안 사장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이 불거지고 관련한 MBC 특별감사가 진행되며 약 2주간 미뤄졌다. 안 사장은 지난 14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다수 의견”을 받으며 어느 정도 의혹을 해소했고, 현재 조직개편과 인사 단행 등 공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