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신뢰도와 언론의 공정성

[언론 다시보기]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지난 6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간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이 나왔다. 이 보고서에서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당연히 ‘뉴스 신뢰도’다. 뉴스 신뢰도는 ‘대부분의 뉴스를 대체로 신뢰한다는 비율’을 이른다.


이 보고서가 다룬 조사대상 46개국 중 우리 언론은 28%로 대만과 함께 42위를 기록했다. 2021년 32%(38위)에서 2022년 30%(40위)로 떨어진 것에 이어 다시 2%가 하락했으며 순위 역시 두 단계 떨어졌다. 우리보다 낮은 신뢰도를 보인 곳은 슬로바키아(27%), 헝가리(25%), 그리스(19%)밖에 없었다.


실제 우리 언론의 신뢰도가 높았던 적은 없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진 4년 연속으로 꼴찌를 기록했고, 2021년 38위로 오르자 이제야 꼴찌를 벗어났다고 기뻐했을 정도다. 2020년 21%에서 2022년 32%로 갑자기 치솟아 오르며 순위가 뛰어오른 데는 팬데믹이 한몫했다. ‘불확실성의 시대’로 빠져들자 국민이 그래도 언론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공신력을 부여했던 까닭이다. 그 불확실성의 시대가 지나자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조사대상 중 가장 많은 신뢰를 얻은 언론매체는 MBC와 YTN으로 각각 58%, 55%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면 MBC와 YTN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각각 20%, 17%였는데, 두 언론사 모두 ‘신뢰한다’는 응답률과 38%p의 격차를 보이며 동률을 이뤘다. KBS는 ‘신뢰한다’에 55%, ‘신뢰하지 않는다’에 19%를 기록하여 양자 간에 36%p의 격차를 보이며 MBC와 YTN의 뒤를 이었다.


한편 ‘신뢰한다’보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높은 언론사도 두 곳이 있는데 조선일보와 TV조선이다. 이 두 언론사는 ‘신뢰한다’에 각각 33%와 36%, ‘신뢰하지 않는다’에 각각 40%와 39%를 기록하여 ‘신뢰도’와 ‘불신도’ 간에 각각 7%p, 3%p의 격차를 보였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본다면, 현 정부는 우리 국민이 가장 신뢰하고 있는 언론을 가장 억압하고 있는 셈이다.


이 보고서에 드러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우리 국민이 미디어 서비스의 공공성을 개인적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부분이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응답자의 57%가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뉴스 서비스가 ‘자기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답해 조사국가 중 여섯 번째로 높은 지지를 보인 반면,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이는 신뢰할만한 정보가 사적인 이익에 얽매이는 언론매체보다는 공적 영역에 기반을 둔 매체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 구성원들이 잘 이해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권력의 영향에서 독립적인 공영 언론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핵심 과제임을 알 수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 혼란의 주요 원인이 권력의 언론장악 의도 때문이라는 걸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이 와중에 아무리 봐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 싸울 일이 아닌데 외부에서 볼 땐 언론 스스로, 특히 낮은 신뢰도를 보인 보수언론이 그렇게 나선 듯하다. 뉴스 신뢰도도 바닥인데 아쉽다. 이럴 때 마냥 흐뭇한 건 권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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