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가짜뉴스 최초 발화자"라며 JTBC 등 추가 중징계

방송소위, 5일 무더기 의견진술…MBC 뉴스데스크·PD수첩, JTBC 뉴스룸 과징금 등 7건에 법정제재

지난해 대선 이틀 전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검증 없이 인용 보도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긴급심의에 넘겨진 방송사들이 추가로 중징계를 받았다. JTBC는 과징금 처분만 두 번째이며, MBC 또한 ‘뉴스데스크’와 ‘PD수첩’ 2편이 모두 과징금 대상이 됐다. 이후 전체회의를 통해 과징금 처분이 확정되면 뉴스타파 인용 건과 관련해 과징금 징계를 받은 방송사는 4개사 6건으로 늘어난다. 방심위는 지난달 25일 전체회의에서 여권 측 위원들만의 찬성으로 KBS, JTBC, YTN에 대한 과징금을 의결한 바 있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5일 회의를 열고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 7~8일 뉴스타파의 녹취록 등을 인용 보도한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의 뉴스·라디오·시사프로그램 14편에 대해 줄줄이 의견진술을 청취했다. 이 중 과징금 3편,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1편, 주의 3편 등 7편에 대해 법정 제재가 내려졌고, 나머지 7편은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았다.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 ‘최경영의 최강시사’도 이날 의견진술이 예정돼 있었으나, 제작진의 연기 요청에 따라 다음 회의로 연기됐다.

야권 위원 “방심위가 집권 여당 언론대책위원회 될 수 없어”

류희림 방송심의위원회 방송소위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날 회의와 모든 결정은 여권 위원 3인의 참여만으로 이뤄졌다. 야권 측 김유진 위원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옥시찬 위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전에 과도한 제재를 통해 재갈을 물리고 침묵을 강요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반발하며 회의 시작 직후 자리를 떴다. 옥 위원은 “방심위가 집권 여당의 언론대책위원회가 될 수 없다”며 “오늘 심의도 결과가 나와 있고, 제가 심의에 참여해 합의하고 타협할 공간이 없어 이만 퇴장한다”고 밝혔다.

옥 위원 말대로 이날 MBC와 JTBC에 대한 과징금 중징계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권 위원들은 의견진술을 듣고도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가며 제재 수위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법정 제재 7건에 대한 여권 위원 3인의 의견이 모두 정확히 일치했다. 행정지도에 대해서도 류 위원장 등이 의견을 내면 합의 등을 위해 그대로 맞춰가는 식이었다. 지상파 방송 6건은 모두 법정제재를, JTBC를 제외한 종편채널에 대해선 행정지도를 내리는 일치된 모습도 보였다.

류희림 위원장은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조작 여부가 확인 안 된 녹취록을 사실인 양 집중보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대한 오보를 했다”며 “공적 책임을 방기해 자유민주주의를 뒤흔든 중대 사건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 녹취록이 “조작 날조”된 것임을 거듭 주장했다. MBC측이 “진위는 아직 모른다”고 하자 “수사 주체를 박모 검사에서 대권 유력 후보로 바꾼 게 조작 아니고 뭐냐”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이에 MBC는 “가칭 봐주기가 작동하려면 일선 검사 선에서 작동한 건지 봐야 한다”며 수사 무마 의혹 자체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나 여권 위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수사 무마 의혹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고, 그래서 가짜뉴스라는 취지로 의견진술을 이어갔다. 뉴스타파 보도보다 2주 앞서 대장동 수사기록 등을 바탕으로 보도한 JTBC ‘뉴스룸’에 대한 추가 징계도 그 연장선에 있다. JTBC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으나, 여권 위원들은 그 결과와 관계없이 과징금을 결정했다.

일부는 당시 JTBC에 있던 기자가 김만배 발언과 배치되는 조우형의 발언을 확보하고도 보도에 반영하지 않은 것과 해당 기자의 뉴스타파 이직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황성욱 위원은 “뉴스타파 녹취록이 짜깁기된 것이 사후에 밝혀져 문제가 커졌고, JTBC라는 공신력 있는 방송사에서 2월에 방송하고 추가로 그와 배치되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담당 기자가 뉴스타파에 갔다는 건 상당히 의심가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위원들 한뜻으로 지상파 중징계, 종편 등은 행정지도

특히 여권 위원들은 JTBC의 선행 보도가 있었기에 뉴스타파 보도가 가능했던 것이라며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의도했든 안 했든 뉴스타파 보도를 위한 사전 초석을 깔아준 것이란 지적이 있다”며 “기자 한 사람의 일방적 취재를 사실 학인이나 크로스체크 없이 보도하고 결과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누락해 그 뒤에 이어진 뉴스타파 녹취록과 맞물려 대선 보도에 미친 여파가 적지 않다”고 책임을 물었다. 허연회 위원은 JTBC 선행 보도를 가리켜 “가짜뉴스 최초 발화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관계자 징계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등 3편은 주의를 받았다. 모두 법정제재에 해당하며 이후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TV조선 ‘뉴스9’, JTBC ‘썰전 라이브’, 채널A ‘뉴스 TOP10’, 채널A ‘뉴스A LIVE’, MBN ‘MBN 종합뉴스’, MBN ‘굿모닝 MBN’,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 등 7편은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았다. 여권 위원들은 MBN과 연합뉴스TV 등이 해당 보도를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방송과 함께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인용 보도 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취한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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