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군산대 총장의 비위 의혹을 취재한 전주MBC가 총장실을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경찰이 취재기자 등 3명을 검찰에 넘겼다. 전주MBC는 해경이 총장실을 압수수색하는 장면을 복도에서 촬영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전국MBC기자회 등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군산경찰서는 9일 전주MBC 취재기자와 영상기자, 촬영보조원 등 3명을 건조물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결과 이들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긴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무혐의는 경찰이 송치 없이 사건을 종결한다.
지난해 11월 전주MBC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에 있는 군산대의 이장호 총장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리포트에는 총장실 안에 있는 문서더미와 명함 등을 멀리서 클로즈업한 영상이 담겼다. 이 총장은 대학 내 해상풍력연구원이 국비로 받은 연구비 100여억원 중 일부를 고급 음식점 등에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군산대는 4개월이 지난 3월 취재팀을 건조물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총장 집무실에 총장 및 건조물 관리책임자인 사무국장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이유다. 형법 규정에 따라 주거나 건조물에 침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주MBC는 총장실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은 채 복도에서 촬영했고 취재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비서실장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군산대 경비원에게 신분과 취재 목적을 밝히자 총장실 위치를 안내받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은 "복도에서 클로즈업을 했다는 건 전주MBC의 주장이고 우리는 기자들이 총장실에 들어갔다고 판단했다"면서도 CCTV 등 근거를 확보했는지 질문에는 "법정 가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이고 증거관계를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리포트에는 기자가 산학협력단장실에 들어갔다가 나가 달라는 말에 곧바로 나오는 장면도 담겼다. 건조물침입죄는 퇴거 요구에 불응해야 성립한다.
이번 사건을 검토한 정영태 변호사는 "과거에는 외부인 출입이 평소 얼마나 관리됐고 제한됐는지 등 문제가 된 장소의 성격이 어땠는지가 법원의 주요 판단기준이었다"며 "최근에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상식적인 눈으로 볼 때 실제 '침입'이라고 평가할 만한지 여부에 판단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군산대는 총장실을 평소 제한구역으로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지만 취재 당시에는 기자들에게 이를 알리거나 접근을 말리지 않았고, 총장실을 비롯해 주변 어디까지 제한구역인지 표시해 두지도 않았다.
2021년 대법원은 "침입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라며 "단순히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번 사안의 경우 기자가 출입하길 꺼린다는 건물 관리자의 속마음보다는 취재가 얼마나 무리했는지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언론의 직무 활동인 취재를 범죄가 된다고 보려면 더 엄격한 기준을 넘어야 한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전주MBC의 취재과정 전반이 대학 관리자의 평온을 실질적으로 해쳤다고 봤다"고 말했다. 단순히 총장실이 제한구역으로 관리됐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취재가 겉보기에 어떠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대학 측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쳤다는 것이다.
MBC 지역사들이 연합한 전국MBC기자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정당한 과정과 목적으로 이뤄진 취재를 불법으로 재단하는 건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라며 "비상식적인 겁박으로 취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 고등교육기관인 국립대학의 관리운영책임을 가진 대학 총장은 (직선제로) 선출된 장관급 공직자"라며 "전주MBC 취재진에 대한 언론 탄압 행위를 규탄하고, 즉각 그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