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언론계에서 인공지능(AI)을 도입할 때 노사 간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거쳐야 하고,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목적이 아닌 미디어 노동과 콘텐츠 질을 제고할 수단으로서 논의돼야 한다는 방향성을 담은 결의문을 23일 발표했다.
언론노조 제13대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날 ‘미디어 노동의 가치와 신뢰,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AI 도입’을 의결하며 이 같은 취지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언론노조는 5월부터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 제작 현장 내 AI 활용 실태, 저널리즘 원칙과 노동권에 미칠 AI 활용의 문제점 등을 공개 토론회 및 내부 간담회를 통해 파악해 왔는데 이날 결의문은 관련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언론노조는 결의문에서 AI 확산이 미디어 업계 전반에 걸쳐 가속화되는 가운데 충분한 고민 없이 AI가 도입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언론노조는 “AI 도입 확대가 미디어 산업,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종국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 보이지 않는다”며 “미디어 산업에서 AI 전환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AI 시대 저널리즘이 변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AI로 인한 노동권 축소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숙의의 과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과정 없이 ‘AI 대세론’에 편승해 너도나도 AI 확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오히려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허물고,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AI 활용 콘텐츠에 따른 제작 과정과 결과물의 신뢰성 및 투명성 논란, 미디어 산업 내 불안정 노동자의 직무 위협 문제에도 공감을 표했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며 “AI에 대한 통제와 인간의 책임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AI가 인간을 대체해선 안 되며, AI에 대한 통제와 인간의 책임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AI는 인간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며, AI 사용은 미디어 독자와 시청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원칙을 내려놓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저널리즘의 원칙을, 미디어 윤리를 훼손하지 않는지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의 수단이 아니라 미디어 노동과 콘텐츠의 질을 제고할 수단으로서 AI 도입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노사 간 상시적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언론노조는 “AI 도입 확대는 노사 간 충분한 토론과 숙의 하에 검토돼야 한다”며 “내부 준칙이 없다면 함께 만들어야 하고, 이미 존재한다면 계속해서 가다듬어야 한다. AI 진화 속도에 발맞춰야 한다며 급급하게 쫓아만 가서는 안 된다. AI 확대를 실적으로 삼고자 사측이 일방적으로 속도 낼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결의문 의결을 시작으로 저널리즘 관련 AI 활용에 대한 조합원 인식 조사와 AI 활용 저널리즘의 준칙 마련에 노력할 계획이다. 언론노조는 “미디어 노동의 핵심 가치들을 지키고 확장하는 형태의 AI 도입과 활용을 위해, 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고 현실적 대안과 원칙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며 “언론노조 산하 전 조직에서 올바른 AI 도입을 위한 토론과 실태 점검에 나설 것이다. 미디어 기업은 물론 미디어 종사자들에게도 절제와 숙고, 참여와 연대를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