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방송 4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취임 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9회로 늘어났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 4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부결돼 이미 폐기된 방송 3법 개정안을 다시 강행처리했고,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더해 공익성이 더 훼손된 방송 4법 개정안을 숙의 과정 없이 일방 통과시켰다”며 “방송 관련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제도에 중대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임에도, 여야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략적으로 처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이날 재의요구 대상이 된 소위 방송 4법은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끝에 폐기된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법(방통위법)이 더해진 안을 이른다. 방송 3법은 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직능단체 등에 부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방통위법은 방송 관련 주요 사안을 의결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려 ‘2인 체제’를 방지하려는 내용이 골자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언론계에선 오랜 기간 법 개정 등을 요구해왔지만 윤 정부 들어 여권은 관련 법안을 ‘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해 왔다. 앞서 정부는 8월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이번 개정안들은 오히려 그간 누적되어 온 공영방송의 편향성 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당일 곧장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대통령의 휴가기간 중이었고, 크게 시급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되며 시점이 늦춰진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협회보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정부 ‘방통위 2인 체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등에 대해 10명 중 8명가량 기자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관련기사: <[기자 여론조사] 77%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잘못돼">, <[기자 여론조사] 82% "방통위 2인 체제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