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연합뉴스 노동조합에선 최초의 외국인 대의원이 탄생했다. 바로 다국어뉴스부의 자비에 발데루 기자다. 2009년부터 프랑스어뉴스팀에서 일했던 그는 2014년 노조에 가입, 지난해 최초로 외국인 대의원이 됐다. 발데루 기자는 “입사 이후 노조의 성과로 저 또한 많은 혜택을 보았고 나름의 보답을 하고 싶었다”며 “매일 보는 다국어뉴스부 동료들을 위해서도 작은 역할이나마 봉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968년 한국에서 태어나 6살이던 1974년 프랑스 가정에 입양됐다. 이후론 잠시간 나이지리아에 거주한 때를 제외하곤 계속 프랑스 알자스에서 살았다. 다만 성장할수록 고향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갔다. 태어난 곳이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고향, 한국을 알고 싶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1993년 그는 홀로 한국에 돌아왔다. “원래는 1년만 머물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그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대학원에서도 장학금을 받게 돼 자연스럽게 이 나라에 머물게 됐습니다. 당시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한국학 석사 과정을 밟았는데 삼성전자에서 장학금을 받았거든요. 그 덕분에 공부도 계속할 수 있었고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엔 운 좋게도 바로 코리아헤럴드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코리아헤럴드에서 일한 뒤,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8년간 어학원을 운영했다. 그 와중에도 번역 등 프랑스어로 글 쓰는 일은 계속했다.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온 뒤 연합뉴스에서 다시금 기자로 일할 수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한국에 관한 주제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저널리즘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저는 일자리를 구할 때 타이밍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저에겐 저널리즘 분야에서 기회가 주어졌고, 운 좋게 그것을 잡았던 것 같아요.”
그는 현재 프랑스어뉴스팀에서 데스크로 일하며 연합뉴스 프랑스판을 편집하고 기사를 쓰고 있다. 정치, 외교, 북한, 경제, 과학기술 등 한국 뉴스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룬다. 2024 파리 올림픽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프랑스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개·폐회식은 물론 남북선수단과 관련한 행사 및 메달 소식들을 중점적으로 쓰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프랑스어권 커뮤니티 등 한국과 프랑스에 관한 주제들은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다만 연합뉴스 기자이기에 그는 좀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 어떤 매체보다 정확하게, 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기사를 써야 해서다. 게다가 외국인 신분으로 국내 언론사에서 일하는 것은 언어와 조직 문화적인 측면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기업들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인데 반해 한국 기업들은 다소 수직적이거든요. 하지만 위계질서는 그만큼 일이 질서정연하게 처리되고 결정이 더 빨리 내려지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결국 본인이 사고방식을 개방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연합뉴스에서만 15년 가까이 일한 그는 여전히 기자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 일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면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단다. “뉴스는 매일 진화합니다. 단조로움이 없어요. 제 목표는 항상 그 나라를 더 잘 아는 것인데, 제 직업은 취재를 통해 그 일을 가능케 해줍니다. 앞으로도 더욱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