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일본 국가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광복절 첫 방송으로 내보내 비판받는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당 방송을 신속심의하기로 했다. 제재 수위는 의견진술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는 19일 위원 3명의 만장일치로 광복절 당일 새벽 나비부인을 방영한 ‘KBS 중계석’에 대해 신속심의를 의결했다. 해당 방송에는 민원 27건이 접수됐다. 방심위에는 민원이 적체돼 있어 실제 심의까지는 보통 1년 넘게 걸리지만 신속심의 안건은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한 달 안에 심의가 이뤄진다.
심의에 적용될 조항은 방송심의규정 제25조 ‘윤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는 2014년 12월 일본인 출연자가 나오는 장면에서 기미가요를 사용한 JTBC ‘비정상회담’에 윤리성 위반을 이유로 수위가 두 번째로 높은 제재인 ‘경고’를 의결한 바 있다.
기미가요는 임의 시대, 혹은 군주가 다스리는 시대라는 뜻으로 가사에는 일왕의 통치가 영원히 이어지리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때 민족 정신 말살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다른 식민지에서도 불리도록 강요됐다.
일본 안에서도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기미가요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일본은 1999년 국기국가법을 제정해 법에서 국가로 못 박았다. 지금도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기미가요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다. 나비부인에서는 일본인 여성과 미군 장교가 결혼하는 장면에서 미국 국가와 함께 연주된다.
신속심의가 결정된 이날 전체회의도 열렸지만 위원들은 신속심의를 결정한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음 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면 관계자 의견진술을 먼저 결정하고 이후 제재 수위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KBS는 방송 당일 거듭 사과했지만 잘못을 실무진에게 돌렸다. KBS는 광복절 저녁 6시 30분쯤 홈페이지를 통해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거듭 사과드린다”고 공지를 올렸다. ‘뉴스9’에서도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철저한 진상 조사로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사태는 낙하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의 시스템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광복절 당일 밤 예정된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 방영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KBS는 새벽에 나비부인 1부를 방송한 데 이어 밤에는 2부를 내보낼 예정이었다가 취소했지만 기적의 시작은 그대로 방영했다. 기적의 시작은 영상 수준과 구성이 조악한 데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