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유튜브 업무를 담당하는 디지털 부서 직원들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휴일 추가 근무 지시 불이행’이란 사유를 두고 관련 부서원, 노조의 비판 성명이 나오고 부서 간부들은 이에 반박하며 맞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YTN은 8월20일 인사위원회(인사위) 심의결과 공지를 내고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디지털본부 산하 디지털뉴스팀 사원 16명 전원에 대해 징계를 결정했다. 3명은 정직 3~6개월, 13명은 감봉 1~4개월의 수위다. 이들 사원 외 디지털 관련 부서를 총괄하는 디지털본부장은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 같은 규모는 33명이 해고, 정직, 감봉 등 징계를 받았던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YTN 해직 사태’ 이래 최대에 해당한다.
지난 4월 새로 발령이 난 디지털뉴스팀장이 팀원들에게 휴일 추가 근무를 지시한 일이 발단이 됐다. 사내 게시판에 업로드 된 복수의 입장‧설명문을 종합하면 당시 팀장은 취약한 주말 콘텐츠 생산량을 늘리자는 국장단의 결정을 전달했고 팀원들은 불이행 의사를 밝혔다. ‘논의 과정 없는 일방적인 휴일근무 확대지시’였고, ‘단순한 콘텐츠 개수 증가는 알고리즘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으며 ‘대화요구도 묵살됐다’는 게 이들이 밝힌 거부 사유다.
이후 팀장이 팀원 6명에 대해 징계를 요청하며 대기발령(3명)과 전보(3명) 조치가 우선 취해졌고, 조사 과정에서 팀원 10명이 인사위에 추가로 회부돼 이번 중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팀장과 팀원들이 서로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제기하며 사측과 노측이 정한 노무법인 두 곳에서 조사를 벌인 끝에 양쪽 모두 ‘불인정’으로 결론 나는 일도 이 가운데 벌어졌다.
인사위 결과 공지 후 사내 게시판에선 징계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상호 간 사실관계를 반박하거나 입장을 내는 상황이 이어졌다. 앞서 이종수 디지털본부장은 8월20일 올린 입장문에서 “팀원들이 주말 근무 강화와 관련해 근거 자료를 가지고 대화를 요청했다고 거부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시험기간, 워크숍 등 합리적인 절차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진두 디지털국장과 기정훈 디지털총괄부국장은 이날 ‘디지털 본부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란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팀원들이 팀장의 말에 사사건건 반기를 든 것”이라며 “취약한 주말 콘텐츠 생산량을 늘리자는 국장단 지시를 팀원들에게 전달하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리액션을 마주했다”고 적었다.
반면 디지털본부 소속 구성원 33명은 8월21일 공동 성명을 통해 사측의 징계조치, 그간 지시의 부당함에 대해 지적했다. 이들은 팀장이 지난 4월 부임 후 팀원들을 콘텐츠 생산 기계로 취급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오던 차 “어떠한 논의 과정도 없이 돌연 단체 카톡방에서 기존 1명이었던 휴일 근무자를 2명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콘텐츠 개수를 늘리는 것은 알고리즘에 악영향을 미친다. 유튜브 관계자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팀장은 ‘주말 추가 근무에 말씀드릴 게 있어 자료도 만들어왔다. 회의 한 번 해달라’는 팀원을 파트장직에서 자르고 사무실 책상을 옮기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디지털뉴스팀장은 8월22일 사내 게시글을 통해 “공식 조사 결과 팀원들의 모든 거짓말은 불인정 됐고, (디지털본부 구성원의 성명) 내용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노조 추천 노무법인조차 팀원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련의 과정에서 디지털본부장과 노조의 행보 모두를 비판하며 “더는 노조와 회사의 싸움에 저를 이용하지 말아달라” “이제부터 법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하기도 했다.
특정 부서 내 구성원 간 충돌에서 시작됐지만 커뮤니케이션과 관리의 미비란 측면에서 디지털국 간부, 나아가 회사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유진그룹에 인수되며 민영화되고 ‘김백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YTN 내부에 사내 갈등이 잠재해왔다는 배경도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8월20일 인사위 결과 공지 직후 낸 성명에서 “김백 체제 전까지 디지털뉴스팀은 대형 이슈가 터져 보도국에서 ‘원콘텐츠’가 풍부하게 쏟아질 때, 휴일‧야간‧추가‧연장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일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기계적으로 물량만 늘리라고 강요하며 휴일 근무자 증원을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이어 “갈등을 조정해 화합으로 이끄는 것이 팀장의 실력이고, 국장의 업무이며, 본부장의 힘이다. 하지만, 디지털국에서 이런 리더십은 실종됐다. 갈등이 깊어지다가 결국 나온 것이 대규모 중징계라는 칼춤”이라고 부연했다. YTN지부는 8월21일 성명에서 “디지털본부장과 국장을 보직 해임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건에 대해 사내 구성원들의 여러 글이 8월23일 오후 현재까지 사내 게시판에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데스크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기자는 “인사 관리 체계를 어느 정도 갖춘 사기업은 물론 공기업에서도 이런 징계를 내리진 않는다. 이번 조치가 옳으냐 그르냐는 과정보다 결과를 보면 안다. 세상 어느 조직에서 말 안 듣는다고 팀원 대부분을 중징계하나. 말을 듣게끔 인사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책임이 분명히 더 크다. 결국 관리 책임 문제를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YTN 사측은 이번 징계의 사유, 적절성 등에 대해 “인사위원회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사내에서 이어지는 구성원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개인이나 노조, 기자협회 등에서 성명을 낼 때마다 회사가 입장을 내진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