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허위 인터뷰'를 공모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뉴스타파 기자들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에서 공소장에 적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내용이 다시 지적됐다. 검찰은 공소장 수정은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 대표 관련 '공산당 프레임'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본재판에는 들어가지 못한 채 쟁점 정리를 위한 준비기일만 또 한 차례 열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23일 화천대유 김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지난달 8일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 수정을 아직 하지 않았다. 1일 첫 재판 때 재판부는 공소사실에서 불필요한 내용은 덜어내라고 주문했다. 검찰은 대신 22일 오후 늦게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이 적다며 지적된 이른바 '공산당 프레임'은 김씨가 명예훼손 범행을 계획한 동기여서 공소장에 반드시 적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비리를 숨기려 공산당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공산당 프레임은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공공환수를 내세워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공산당처럼 빼앗아 갔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김씨가 자신을 비롯한 화천대유 일당을 피해자로 비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대표의 대선 경쟁자였던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은 공산당 프레임 작업을 효과적으로 완성하려고 김씨가 창작해낸 또 하나의 프레임이라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 언급은 윤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는지 다투는 이번 재판 공소장에 불필요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이 아니"라며 "대장동 비리를 은폐하려고 철저히 계획한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면서 "(이 대표와 김씨의) 유착을 입증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 부장판사는 동기 부분은 "공소사실에 적지 않아도 증거조사는 할 것"이라며 "다만 이게 기재되면 다른 사건에 휘둘리게 된다"고 주문 이유를 다시 설명했다. 지금 공소장으로 본재판에 들어가면 단순히 범행 동기를 짐작해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유착이 실제로 있었는지 실체까지 다퉈야 해 정작 명예훼손 여부는 결론을 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언론인들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본류인 '대장동 개발 특혜 혐의' 재판은 이날 같은 시각 같은 층의 다른 법정에서 142차 공판이 열렸다. 이재명 대표도 여러번 출석한 이 재판은 2022년 1월 시작해 1심만 2년 넘게 진행 중이다.
허 부장판사는 "우리도 대장동 사건과 똑같이 될 수 있다"며 "이 사건이 구속기간(6개월) 안에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수사기록 전체가 아니라 공소사실과 관련한 증거만 남기라고 주문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한 권에 500여 쪽씩 모두 107권 분량이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인은 108명으로 이 가운데 몇 명을 증인으로 신청할지도 미지수다.
변호인들도 공소사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는 무혐의인데 공소장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고 신 전 전문위원 측 변호인은 "김씨가 다른 피고인 3명과 어떻게 공모했는지 이것(공소장)만 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13일 이번 사건과 같은 혐의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와 리포액트 대표를 추가로 기소하면서 이진동 대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결국 재판부는 9월2일 세 번째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애초 이날까지 준비기일을 마치고 다음 달 본재판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공소사실과 쟁점을 정리하지 못하면서 절차가 늦어진 것이다. 반면 검찰은 다음 준비기일 때 혐의를 어떻게 입증할지 계획을 밝힐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재판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검찰의 대규모 통신조회도 언급됐다. 신 전 전문위원 측 변호인은 자신도 통신조회 사후통보 알림을 받았다며 "과잉수사 문제제기가 있어서 이렇게 해서 얻은 증거가 뭔지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허 부장판사는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다며 제지했고 검찰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입증하면 되지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궁금한 사항에 일일이 설명할 건 아니"라고 답했다. 이달 초 통신조회 규모가 3000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검찰은 몇 명이나 조회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