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은 뉴스를 보지 않고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50대 연령대에서 뉴스회피 비율이 높았으며, 보수 성향 응답자가 진보 성향보다 뉴스를 더 많이 피한다는 결과다. 개선을 위해선 언론들이 기존 관행을 재고하고 ‘정치 뉴스’, ‘사건사고 뉴스’ 등을 개선해야한다는 제언이 제시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5월30일부터 6월19일까지 3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 뉴스 이용과 뉴스 회피’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72.1%(2162명)가 최근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뉴스회피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국내에서 이 주제로 대규모 심층조사를 수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재단이 22일 펴낸 미디어이슈 ‘누가, 왜 뉴스를 회피하는가?’(김영주 수석연구위원, 오세욱 책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뉴스회피는 ‘20대’와 ‘이상 세대’로 구분할 수 있는 경향을 드러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뉴스를 회피한다는 반응은 47.3%로 가장 낮았던 반면 30~60대에선 모두 70% 후반대 응답률이 나타났다. 특히 50대는 78.3%로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 성향일수록 뉴스회피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를 ‘매우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 76.6%가 회피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대체로 보수’ 74.2%, ‘중도’ 72.9%, ‘대체로 진보’ 67.4%, ‘매우 진보’ 66.7%의 비율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사회의 뉴스회피 비율이 낮지 않은 수치임이 확인됐고, 특히 '보수' ‘기성세대’ 전반의 뉴스회피가 도드라지는 경향이 드러난 결과다.
뉴스회피 경험이 있는 ‘뉴스 회피자’들에게 언제 뉴스를 보기 싫어지는지를 물은 질문에선 ‘정치적인 사건, 이슈들이 너무 많을 때’라고 답한 응답(64.7%)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이 뉴스에 나올 때’ 53.4%, ‘반복적으로 너무 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올 때’ 52.9% 순이었다. 뉴스를 회피하지 않는 ‘뉴스 비회피자’들에서도 ‘정치적인 사건, 이슈들이 너무 많을 때’가 5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복적으로 너무 많은 뉴스가 나올 때’(54.8%), ‘끔찍하거나 불편한 뉴스들이 많을 때’(54.8%) 등은 회피자들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왔다.
콘텐츠 차원에서 뉴스회피 이유를 5점 척도로 물은 문항 결과에선 앞선 문항의 연장선에 놓이는 지점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뉴스 회피자들은 ‘뉴스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어서’(3.79점)란 선택지를 가장 많이 골랐다. ‘뉴스에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이 나와서’(3.78점), ‘특정 주제(정치 등)를 너무 많이 다뤄서’(3.73점), ‘안 좋은 뉴스(부정적인 뉴스)가 너무 많아서’(3.62점), ‘뉴스가 뻔하고 비슷비슷해서’(3.53점)가 뒤를 이었다. 뉴스회피로 인해 개인 일상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물었을 땐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었다’(3.3점), ‘감정적으로 편안하고 여유로워졌다’(3.24점) 등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뉴스회피와 언론‧언론인에 대한 신뢰문제 연관성을 살피는 조사도 이뤄졌다. 설문결과 뉴스 회피자의 경우 평소 이용하는 뉴스, 언론 전반, 언론인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이 각각 41.4%, 24.5%, 18.5%였다. 뉴스 비회피자들에게서 이 수치는 각각 58.8%, 33.7%, 26.8%로 뉴스 회피자들에 비해 언론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재단은 “이러한 결과를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 때문에 뉴스 이용자들이 뉴스를 회피한다는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것은 다소 무리겠으나 언론에 대한 신뢰가 뉴스회피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뉴스회피 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은 어떻게 해야할까. 해법모색 차원에서 전체 참여자를 대상으로 ‘보고 싶지 않은 뉴스’를 조사한 결과 1순위는 44.1%가 응답한 ‘국내 정치(정부/정당/국회 등) 뉴스’(뉴스 회피자들의 선택 비율 49.0%)였다. 이를 2‧3순위로 꼽은 응답을 합쳤을 때 ‘국내 정치 뉴스’를 선택한 비율은 57.1%까지 치솟았다. 이는 앞선 ‘뉴스가 보기 싫은 상황’, ‘뉴스회피 이유’에 대한 결과와 연결되는 일관된 답변이면서, 동시에 ‘가장 즐겨 이용하는 뉴스’ 1순위로 ‘국내 정치 뉴스’(26.9%)가 꼽혔다는 점에서 뉴스회피 해소를 위해선 ‘정치뉴스’ 변화가 필수적임을 드러내는 측면이 있다.
정치뉴스 다음으로 보고 싶지 않은 뉴스 1순위(8.5%, 1+2+3순위 합은 27.0%)로 ‘사건/사고/재해’뉴스가 자리한 것도 개선 필요지점을 보여준다. 사건/사고/재해 뉴스는 즐겨 이용하는 뉴스 1~3순위 합산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52.6%)을 보였고, 앞서 ‘끔찍하거나 불편한 뉴스들이 너무 많을 때’(47.3%) 뉴스가 보기 싫어진다는 응답과 연관되는 분야다.
언론재단은 “국내 정치와 사건사고재해 뉴스는 일반적으로 뉴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뉴스이면서도 정치적 편향성, 끔찍함과 불편함 때문에 보기가 꺼려지는 뉴스라는 점이 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면서 “정치뉴스는 편향되지 않게, 사건사고재해 뉴스는 끔찍한 현장을 보여주는 이상의 재발방지 등 해결책을 같이 내보내는 뉴스로 만들어달라는 응답자들의 주문으로도 이해할 수도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실제 응답자들에게 어떤 뉴스라면 적극적으로 이용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뉴스’를 보기 원한다는 응답이 55.8%로 가장 높았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뉴스’(46.1%), ‘문제 지적이 아닌 해결책을 제시하는 뉴스’(45.4%), ‘정치적, 사회적 비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뉴스’(42.8%), ‘나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뉴스’(39.2%) 순으로 나타났다.
언론재단은 “보기는 싫지만 볼 수밖에 없는 국내 정치 뉴스를 언론사들이 지금까지와 같은 관행으로 만든다면 뉴스 회피 현상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흔히 언론은 독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갈등을 부각하는 부정적인 뉴스를 내보내곤 한다”며 “이러한 부정적인 뉴스, 거기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뉴스들은 이용자들에게는 불편한 분노, 스트레스, 짜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재단은 “이(뉴스 이용자)들이 원하는 뉴스들은 언론에서 판단하는 뉴스 가치와는 거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언론은 뉴스 이용자들이 원하는 균형잡힌 뉴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뉴스, 문제 지적이 아닌 해결책을 같이 제시하는 ‘건설적인 저널리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언론사나 언론 입장에서 만든 ‘좋은 뉴스’가 독자에게 좋은 뉴스가 아닐 수 있고, 모든 사람이 그 뉴스를 보는 것도 아니다. 독자에 대한, 특히 자기 독자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번 조사는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우리나라 국민 뉴스 이용과 뉴스 회피에 관한 실태와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3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조사전문업체 (주)메가알앤씨가 수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79%p다. 이번 미디어이슈(10권4호)엔 조사결과 중 주목할 만한 현상을 중점적으로 담았고, 전체 결과가 담긴 연구서는 2024년 12월 초 발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