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허위 인터뷰’를 공모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언론인들이 기소된 사건이 세 번째 준비기일 끝에 본재판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은 거짓이라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미 자백했다며 허위사실 명예훼손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피고인 측은 당시 수사기록 일체를 검찰이 공개해 보이라고 요구했다. 공소사실과 관련이 적다며 지적된 ‘공산당 프레임’ 등 표현은 공소장에서 삭제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2일 김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두 달 전인 7월 초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됐는데,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 수정을 주문하면서 본재판에 앞선 준비 절차만 연이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 허 부장판사는 “주요 쟁점은 딱 하나이고 나머지는 여기서 파생된 세부 쟁점”이라며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인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보도 내용이 정말 거짓인지가 본질적 쟁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보도를 강행했는지는 그다음 따질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조씨는 참고인이었을 뿐 불법대출 알선수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아니었고, 검찰이 혐의 단서를 포착한 적도 없었다며 앞으로 이를 입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의혹은 김씨가 자신을 비롯한 대장동 일당의 비리를 숨기려 창작해 낸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여러 차례 검찰 조사에서 신 전 전문위원에게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자백했고 이에 대해 반성 의사도 표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계획을 20분 동안 설명하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밝혔다. 김씨가 언론인들에게 거짓말을 흘리고 다니겠다는 계획을 일당에게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 2022년 3월 뉴스타파 보도 이전인 2021년 10월에 이뤄진 경향신문의 첫 의혹 보도부터 김씨가 관여한 사실을 확인됐다며 이 부분도 앞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김 대표와 한 기자 측 변호인은 “조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건 맞지만 문제는 입건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 4년 뒤인 2015년 수원지방법원에서 불법대출 알선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범죄 의혹을 검찰이 알았다면 수사무마이고 몰랐다면 부실수사”라며 “조씨는 피의자로 입건돼야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고인일 뿐인 사람이 극히 이례적으로 변호사까지 선임하고 그것도 거물급 전관 변호사인 박영수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김씨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박 변호사를 조씨에게 소개해줬고, 박 변호사가 수사 담당자인 윤석열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에게 청탁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10여 년 전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수사기록 일체를 요구했다. 검찰은 오래된 수사 기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모두 찾아내기는 어렵다면서도 “피고인들이 신청하는 모든 것을 제출할 생각이다. 모든 것에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22일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공소사실과 관련이 적다며 재판부가 공소장에서 빼라고 주문한 ‘공산당 프레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일당과 유착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공소장은 70여 쪽에서 50쪽가량으로 줄었다. 검찰은 이 내용을 뺀 대신 김씨의 범행 동기는 앞으로 증거를 제시해 가며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허 부장판사는 “아직도 공산당 프레임에서 못 벗어났다. 아직 덜 정리된 느낌”이라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더는 언급하기에 시간이 없다”며 본재판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앞으로 공소사실을 다시 변경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24일 열린다. 구체적인 증거를 두고 양측의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