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비혼 선언 축의금' 속속 도입... 오마이·프레시안 등

결혼가정 중심 혜택 확장, 형평성 등 취지
아시아경제 사우회는 '비혼격려금' 지급

비혼(非婚)을 선언한 직원에게 축의금을 주는 언론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결혼에 대한 인식, 가족 구성 변화란 세태와 맞물려 최근 몇 년 새 일부 기업에서 시행해 온 제도가 언론계에도 도입되는 모습이다.


오마이뉴스 노사는 8월27일 2024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비혼 선언 축하금 제도를 도입했다. 만 40세 이상, 근속연수 10년 이상 조건을 충족한 직원은 비혼 선언 시 기존 결혼 축하금과 동일한 5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대신 결혼을 했을 때 발생하는 유급휴가(7일)는 부여되지 않는다. 비혼 축하금을 받은 조합원은 추후 결혼할 경우 휴가만 받는 방식이다. 또 반려동물 장례 유급휴가(1일) 부여도 합의됐다. 일부 언론의 버티컬 매체에서 도입된 적은 있지만 전국언론노조 산하 지‧본부 중에선 최초이고 기성언론 전반에서 찾기 힘든 사례다.

이선필 언론노조 오마이뉴스지부장은 “1인 가구이거나 반려동물과 사는 조합원이 많아진 상황에서 결혼한 가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혜택을 확장해야한다는 공감대,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비혼 축하금‧휴가와 관련해 “원래는 유급휴가도 동일하게 지급하자고 주장했지만 ‘그래도 결혼을 장려해야하지 않나’라며 차등을 둬야한다는 입장을 회사가 견지했고 수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장례 휴가에 대해선 “조합원 설문에서 반려동물 병원비, 검강검진 비용지원 요구가 나왔지만 회사와 조정 과정에서 변경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오마이뉴스의 비혼 축하금 도입은 국내 언론사 최초는 아니다. 프레시안 노사는 비혼을 선언하면 결혼 시 축의금, 청원휴가와 동일하게 50만원, 7일을 주는 단협을 약 1년 전인 2023년 9월 체결한 바 있다. 입사월 기준 근속 5년 이상 경과한 독신자 직원이면 신청할 수 있고, 비혼 선언 후 결혼을 하면 축의금을 추가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최용락 프레시안 노조위원장은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조합원들의 요청이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지난해 정리를 했던 부분”이라며 “(회사 복지 측면에서) 결혼한 사람과 비혼한 사람의 형평성을 위해 도입했다”고 했다.

특히 비혼 직원에 대한 혜택과 별개로 프레시안 단협은 “결혼과 배우자의 정의는 법률혼과 사실혼을 포괄한다”고 하고 있다. 대다수 언론사는 법률혼만을 결혼으로 인정하지만 프레시안에선 사실혼 역시 동일한 경조사비나 휴가를 지급받는 게 가능하다. 최 위원장은 “비혼 축하금, 사실혼 경조사비 지급 모두 아직 신청한 사례는 없다”며 “제도가 마련돼 있는 만큼 신청자가 나오면 실무적으로 처리하는 데 무리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노사 간 합의는 아니지만 사우회에서 비혼 직원을 위한 별도 제도를 마련해 돈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 아시아경제엔 비혼 선언 축의금 제도가 없지만 2022년부터 사우회에서 관련 규정 및 사업을 마련하고 ‘비혼격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입사 만 10년이 경과된 회원이 비혼 선언 및 미혼 증명을 하면 사우회가 결혼 시 주는 축하금(100만원)과 동일 금액을 제공하고 결혼을 하면 추가로 주지 않는 방식이다. 제도 도입 후 현재까지 20여명 가까이 격려금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5월 서울 강동구 1인 가구 지원센터의 공유부엌을 이용하는 사람들 모습. /연합뉴스

최근 몇 년 새 엘지유플러스, 롯데백화점, 러쉬코리아 등 기업에서 비혼 직원에게 지원금과 유급휴가를 제공하거나 반려동물 장례 휴가‧수당 등 제도를 마련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으로 보는 세태 및 세대 변화와 맞물려 기업이 기존 기혼자 중심의 복지체계에 변동을 가져온 경우지만 '저출산'이 극심한 상황에서 공동체 유지 및 존속을 위한 근간의 가치와 충돌하는 지점으로 논란도 돼 온 사례였다. 언론계에도 이 같은 제도 도입이 시작된 흐름에서 이는 차후 언론사 내 구성원이나 노사 간 갈등 소지를 지닌 사안이자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신문사 한 노조위원장은 “결혼을 했거나 자녀가 있는 직원도 일하는 데 무리가 없는 좋은 직장을 꾸리고, 그러기 위해 지원을 한다는 게 회사 복지의 취지일 텐데 여기 공감하더라도 ‘결혼을 안 해서, 아이가 없어서’란 이유로 같은 회사를 다니는데도 혜택을 못 받는 부분에 대해 조합원 안에서도 불공평하다는 정서는 분명 존재하고 확인된다”며 “직계가족이나 부부로 한정된 건강검진 대상, 육아휴직이나 양육‧교육비 지원 등 노노 갈등 여지가 상당한 사안들이 많은데 이 문제가 언론사 노사에서 본격 다뤄질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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