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사주' 조사 방심위, 감사실장 기피·증거 수령 거부

"방심위가 류희림 조사,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참여연대 등 독립적 조사기구 구성 요구

류희림 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 조사를 넘겨받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치하라며 감사실장을 배제하라고 한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노조는 조사 책임자인 감사실장도 류 위원장과 함께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제보자 측은 류 위원장의 비위 증거자료를 사무총장에게 대신 제출하려 했지만 거절됐다.

방심위는 2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공익 증진을 위한 직무수행 필요”라며 박종현 감사실장에게 “해당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했다고 통보했다. 노조는 8월26일 사측에 ‘민원사주’를 조사하는 감사실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2022년 9월 류 위원장이 사주했다고 의심되는 민원이 대량으로 접수됐을 때 감사실장이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겸임하고 있었고, 류 위원장 비위를 묵인, 방조했다는 것이다.

방심위는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노조는 감사실장 기피신청을 하면서 방심위 내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조사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며 계획을 세우고 밝혀 달라고 요구했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비위 의혹 신고를 받고 반년이 지난 7월 사실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사건 처리를 방심위에 맡겼다.

9일 서울시 양천구 방송회관 19층에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제보자의 증거자료를 변호사들이 사무총장에게 제출하려 하자 김영진 운영지원팀장이 막아서고 있다. /박성동 기자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의 제보자는 “충분한 검증을 위해 필요하다면 류희림씨와 민원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해 냈는지 경위를 상세히 밝히겠다”며 이현주 사무총장에게 비위 증거자료를 제출하려 했지만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무총장은 위원장 다음 지위의 책임자에 해당한다.

제보자 측 변호사들은 9일 사무총장실이 있는 서울시 양천구 방송회관 19층을 방문했지만 간부 직원들이 대신 전해주겠다며 막아 세우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민감한 제보 자료를 책임자가 직접 열어봐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직원들이 접수 창구를 순서대로 거치라며 맞섰다. 결국 공문으로 제출하라는 이 사무총장의 말을 전해 들은 변호사들은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겠다”며 돌아갔다.

권익위 신고를 대리한 박은선 변호사는 “권익위에는 제출된 자료들이지만 권익위에서 어떤 자료들을 방심위로 넘겼는지 알 수가 없다”며 “제보자가 직접 작성한 증거를 받지 않겠다면 어떻게 성실한 조사를 기대하겠느냐”고 말했다.

9일 방송회관 앞에서 참여연대와 방심위 노조,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방심위가 류 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을 조사할 독립 조사기구를 설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방심위 방문에 앞서 참여연대와 방심위 노조,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 권익위가 민원사주 의혹을 방심위로 돌려보낸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으로 진상규명을 기대하기란 난망하다”며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다시 촉구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가족과 친척, 전 직장 동료 등 40명에게 시켜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봐주기수사’ 의혹보도를 심의해 달라는 민원 100여 건을 내게 한 의혹을 받는다. 방심위는 이 민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MBC와 KBS, JTBC, YTN 등 4개 방송사에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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