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언론인들이 기소된 사건의 본재판이 시작됐다. 2011년 윤석열 당시 검사가 친분이 있는 박영수 변호사의 청탁으로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불법대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두고 구체적인 공방도 처음 이뤄졌다. 윤 대통령 본인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24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7월 초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됐지만 준비기일만 세 차례 열리면서 본재판 돌입이 지연됐다.
공소장을 낭독한 검찰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수사무마 의혹은 완전히 허위라고 주장했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가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 중 하나인 ‘더뮤지엄양지’의 대표였고 두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사실은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수사 중점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대주주의 비리였고, 이 때문에 조씨 같은 특수목적법인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만 했을 뿐 수사 개시 자체가 없었고 처벌받은 사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 측 변호인은 “검찰이 특수목적법인 관계자들을 입건했는데 조씨는 빠져 있었다”며 “가장 중요한 핵심 피의자인데 입건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조씨를 봐줄 수 있는 딱 한 사람은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이라며 “박영수 변호사가 불입건 성공보수로 1억원을 받았는데 이게 뭘 뜻하는가”라고 말했다.
첫 공판에서는 모두절차만 이뤄지기 때문에 증거와 증인을 통한 구체적인 사실관계 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허 부장판사는 “변호인 주장을 들어보니 검찰 주장과 달리 특수목적법인 관계자들이 처벌받은 것 같다”며 “의혹의 실체가 가장 핵심인데 집중적으로 다퉈주기 바란다”고 양측에 당부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수사기록 목록 작성이 거의 완료됐다며 다음 공판 전에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검찰이 가지고 있을 부산저축은행 수사기록을 빠뜨림 없이 내보이라고 요구했었다.
윤 대통령 본인이 증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 전 전문위원 측 변호인은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인데 윤 대통령이 처벌 의사를 분명하게 하고 허위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증인신청 혹은 사실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정에 들어서기 전 김 대표도 기자들에게 “조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아는 사람도 당시 윤석열 검사”라며 증인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김씨의 범행동기에 대해 ‘지방 정치권력자들과 유착’, ‘유착관계에 있던 이재명’, ‘배후 사범 은폐’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해 재판부 제지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데 관련이 적은 내용을 공소장에 지나치게 적어 넣은 바람에 재판부 지적을 받고 한차례 수정하기도 했다.
허 부장판사는 “솔직히 말해 우리가 재판을 하자는 것이지 방청석에 있는 기자들에게 들으라는 소리는 아니지 않느냐”며 “주객이 전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도 말했는데 재판부를 따라주셔야 하지 않나. 듣고 있기 좀 어렵다”며 20분 동안 휴정하기도 했다.
10월22일 열리는 2차 공판에서는 증인신문이 시작된다. 김씨가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흘리고 다니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는 남욱 변호사부터 출석할 예정이다. 김씨가 수사무마 의혹은 지어낸 얘기라고 검찰 조사 때 자백했는데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고 있다는 지난번 검찰 주장에 대해 김씨 측은 별다른 입장을 말하지 않았다.
검찰은 주요 증인 한 명을 신문하는 데 6시간 정도 쓰겠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이 때문에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은 다른 날짜에 따로 시간을 내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은 증인으로 남 변호사와 조씨 등 118명을 신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