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투자를 권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이슈 인사이드 | 경제] 오찬종 매일경제신문 뉴욕특파원

오찬종 매일경제신문 뉴욕특파원

“인버스(하락장 투자)도 국장(국내주식투자)이다”


한 경제 유튜버가 농담처럼 던졌던 말이 국회의원으로부터 재생산되면서 투자자들에게 공분을 샀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하락장에 투자하면 된다’고 답한 게 논란이 됐다. 국회의원으로서 농담으로도 입에 담아선 안 될 말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우리 경제가 망하는 것을 독려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투자는 우리 기업 성장을 위한 일종의 지원이다. 이 같은 지지를 밑바탕으로 우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이 선순환은 세수로 연결되고 대한민국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하락장 투자는 이와 정반대 행위다. 인버스는 주식 가치가 하락하면 돈을 벌게 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이는 우리 기업의 경영 환경을 더 어렵게 만들고 경제 전체를 흔드는 위협이 된다.


투자자들은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죠’라는 망언에 빗대고 있다. 일반 국민과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발언이 왜곡 해석됐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역사적 기록은 없다. 그럼에도 일종의 ‘가짜뉴스’가 300년이나 이어진 것은 당시 프랑스 국민의 분노가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다.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표는 금투세와 관련해 “지금 하면 안 된다는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그렇다고 당면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여야는 단순 지엽적인 논쟁에 그칠 것이 아니라 커져가고 있는 국민적 실망감을 해결해야만 한다. 이미 많은 투자자에게 미 증시와 극명한 성적 차이가 나는 최근 국내 증시는 상처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리스크로 꼽히는 금투세는 논의 자체만으로 시장에 공포로 작동하고 있다.


투자 시장을 되살리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도 좀처럼 약효가 안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야심 차게 준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최근 첫선을 보였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밸류업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이 중장기적 주가 상승 목표를 세우고 주주 친화적인 노력을 하면 국가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밸류업 지수가 이를 위한 일환이다. 주가 상승에 적극 의지를 보인 기업을 지수화해서 투자 자금 유입을 꾀한다. 취지는 좋았지만 지수에 포함되는 100개 기업 선정 과정에서 모호한 기준이 논란을 낳았다.


밸류업 지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거래소는 다급하게 임시방편을 내놓고 지수 구성 종목 변경을 앞당길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단순히 종목만 갈아 끼운다고 실효성이 뒤늦게 생겨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 코스피는 후퇴를 거듭하며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증시에도 뒤처질 위기에 몰렸다. 이제는 전 세계가 우리 경제 하락장에 베팅하는 것을 우려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최우선 과제로 지속 가능한 국내 기업 투자 시장 조성을 위한 해법을 찾아내야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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