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상황' 책임 공방… 與 "마비", 野 "선택적 업무"

[2024 국정감사 / 과방위]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사무소 등 4개 기관 진행
방통위 파견된 상태거나 파견됐다 돌아간 사정기관 인사 15명, 증인석 서기도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 막을 올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사무소, 시청자미디어재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4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국감에선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와 방통위 정상화를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방통위원장 탄핵소추로 방통위가 마비돼 민생이 어려워졌다고 비판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방통위가 그 와중에도 선택적 업무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현재 방통위 상황에 대해 “조사 기능 내지 의결을 위해 준비하는 기능 외에는 전부 다 마비돼 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에 대한) 결정을 빨리 해줬으면 하는 것이 저희들 바람이다. 헌재 결정이 늦어지는 만큼 방통위 기능도 무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도 “민생과 직결된 통신 분야와 관련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당장 12월 말이 되면 지상파 재허가를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도 사실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애초 기대도 안 했지만 민주당이 방통위를 정상화시키겠다며 야당 몫 방통위원 추천 공모를 했다가 돌연 중단했다”며 “방통위에 너무 많은 민생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식물 체제가 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마비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가 선택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방통위원이 제대로 구성이 안 돼 업무들이 굉장히 지연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보면 선택적으로 하고 있다”며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때 위원장이 없는데도 감사기구를 그렇게 빨리 구성했다. 그런데 지금 직무 정지돼 있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유튜브에 나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선 감사 건의조차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민주당이 방통위원 백날 추천해봐야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5인 구조는 안 된다”며 “그래서 민주당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할 것이라는 약속을 국민의힘 측에 수차례 받고 지도부에 보고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방통위원 추천 절차에 들어갔을 때 사정 변경이 생겼다”며 “그 이후 갑자기 국민의힘 쪽에서 탄핵심판이 끝나고 나면 5명으로 시작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민주당이 심사숙고 회의를 한 끝에 제2의 최민희를 만들 수 없다며 일단 서류 심사를 중단한다는 발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행적, 민영삼 코바코 사장 과거 막말 논란

이날 국감에선 방통위에 파견된 상태거나 파견됐다가 돌아간 사정기관 인사 15명이 증인대 앞에 서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재 방통위엔 검찰 2명, 경찰 2명, 감사원 3명, 국세청 1명 등 총 8명의 사정기관 관계자가 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이렇게 대량으로 사정기관원이 방통위에 진주한 적은 없다”며 “완전히 특별수사본부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방통위의 사정기관 진주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파견됐었거나 파견 중인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등 사정 기관 공무원들이 증인석 앞에 나란히 서서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감장에선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을 지적하는 질의도 이어졌다. 최민희 의원은 2018년과 2021년 EBS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한 감사팀의 보고서를 가져온 후 “정당 경력 등에 대해 본인 답변만 듣고 별도의 확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게 잘못됐다는 내용”이라며 “그런데 7월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할 때 똑같은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가 얼마나 중요하면 두 사람이 임명된 당일 뽑았겠느냐”며 “이 중요한 일을 하는데 가능하면 절차의 결격 사유를 없애줘야 되지 않나. 그런데 당적 조회 검증하지 않은 걸 과실이라고 인정한 보고서를 본인들이 만들어놓고 지금 뭐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이 공영방송 이사 임명 결정에 제동을 건 데 대해 재판부의 성향을 의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박정훈 의원은 “1심 판결을 내린 강재원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 아니었어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고 생각하느냐”며 “2심은 9월30일까지 심리를 다 종결했고 아직 결과가 안 나오고 있다. 방문진 이사들 선임이 적법하다고 나오면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심 판단은 합리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선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과거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행적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보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대표 출신으로, 선방위원 시절 공언련이 넣은 방송심의 민원을 회피하지 않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선방위원이고 공언련 회원이었는데, 공언련이 제기한 민원과 사안을 셀프 심의했다”며 “‘김건희 특검법’에서 여사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아 행정지도를 하지 않았나. 또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평범한 가정주부가 선물 받은 걸 가지고 뭘 제재를 하느냐는 취지로 말을 했는데 제정신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국감에선 민영삼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의 과거 막말도 논란이 됐다. 민영삼 사장은 과거 종합편성채널 패널로 출연해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에 대해 “나쁘게 보면 여자가 너무 나댄다”고 하거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알랑방귀 끼고 거짓말하는 위선자”라고 말한 바 있다. 민 사장은 의원들이 거듭 막말을 지적하자 “사인일 적 했던 발언들이 다소 무리가 있었고 또 저런 발언들이 전적으로 공사 업무를 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공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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