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올해 8년 만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임원 급여 20% 반납을 결정했다. SBS 경영위원회는 14일 사내 공지를 통해 “사장을 비롯한 경영위원, 임원의 올 4분기 급여를 20% 반납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경영위원회는 “SBS 창사 이래 수차례 비상경영이 있었지만 임원들이 선제적으로 급여를 반납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현 상황의 엄혹함과 책임감을 경영진 스스로가 느끼고 내가 가진 것부터 먼저 내려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현 상황 돌파 위한 절박함·절실함의 표현”
SBS 경영위원회는 앞서 올 1분기 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올해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6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시행안은 업무성 경비 등 비용 절감 중심이었고, 임원들도 업무추진비만 줄였을 뿐 임금 반납까진 하지 않았다. 반년도 안돼 ‘급여 총액 20% 반납’ 카드를 꺼내 들면서도 SBS는 2차 비상경영이란 말은 쓰지 않았다. 다만 위기 상황은 더 강조됐고, “절박함”에서 비롯된 경영진의 ‘희생’도 부각됐다. 구성원들을 향해선 “허세”를 버리고 “모두가 영업사원”이란 마음가짐으로 임해 줄 것을 강한 어조로 요구했다.
경영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올해 SBS 광고매출은 창사 이래 최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으로는 여전히 1위”이지만, “경기 부진과 광고시장 악화, TV 광고시장 비중 축소 흐름이 이미 구조화”된 여파로 2016년에 이어 8년 만에 적자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경영위원회는 “역대 최저 광고에서 비롯된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 구조적 현상으로 우리를 계속 압박해 올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시에는 임원, 직원 모두 비상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이라고 강조하며 “모두가 영업사원이라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또한, “나만의 이기주의, 내 팀만의 폐쇄주의, 폼 잡기, 허세 부리기는 절박한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동료와 조직에 대한 민폐 행위이자 위기 대응시 가장 먼저 혁파돼야 할 대상”이라고도 했다.
경영위원회는 “경영위원들의 급여 반납은 무에서 유를 일궜던 창사정신, 창사 당시의 초심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지”이자 “하나 된 마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가자는 절박함과 절실함의 표현”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위기 상황 속에서 한 발 더 뛰고, 조직을 함께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자. 그것이 직원 여러분들의 근로조건을 지키고 미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노조 “모두가 영업사원? 방송사 본질 알기나 하나”
이에 대해 SBS 노조는 임원진의 솔선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직원들에게까지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조기호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특히 우려하는 건 모든 직원을 ‘영업사원’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측의 천박한 인식”이라며 “방송사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이번 공지를 발표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조 본부장은 “사회적 공기인 방송사의 모든 구성원이 일반 기업처럼 ‘이윤 창출’에만 골몰한다면 당장은 연명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역사 앞에 제대로 존속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며 “앞으로 위기 상황을 핑계로 더 나아가 직원들에게까지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