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가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MBC ‘PD수첩’에 내린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17일 나오면서 후폭풍이 크다. 당시 MBC 포함 KBS, YTN, JTBC 등 4개 방송사에 내려진 총액 1억4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은 물론 역시 2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한 모든 법정 제재 또한 위법이며 무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해당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TBS 방송에 2인 방통위가 내렸던 법정 제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각각 관계자 징계와 주의 등 중징계를 의결했고, 이 처분은 방통위 의결로 확정됐다. 이후 TBS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담당 PD를 징계했다. TBS지부는 “이는 당사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고통으로 남았다”면서 “이번 법리를 TBS에도 적용한다면, 동일한 방통위가 TBS에 ‘관계자 징계’ 등 법정 제재를 부과한 의결 역시 위법하다”며 방통위가 이제라도 제재를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울시 차원에서 징계와 감사를 추진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이 뉴스타파의 해당 녹취록 보도를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하는 등 정부여당 차원에서 맹공에 나서자 오세훈 시장도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뉴스공장과 신장개업 관계자에 감사 등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TBS지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그해) 9월14일 TBS에 감사 개시를 통보했고 관련 제작진들에게 해당 날짜의 방송원고와 제작진행표 등을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감사위원회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이는 지난 1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고, 방송법 제4조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송법 4조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과방위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감사위원회 보고서를 근거로 “방송내용 규제는 방심위가 하고, 방통위도 재허가 등을 통해 한정적 규제만이 가능하다”면서 “서울시 감사는 명백한 방송법 제4조제2항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한민수 의원도 “방송법 위반으로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감사 진행과 관련해 오세훈 시장과 그의 최측근인 강철원 서울시 시정고문의 답변 태도가 국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6월까지 정무부시장을 지낸 강철원 시정고문은 과방위에서 당시 감사 관련 질문을 받고 “처음 듣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감사라기보다는 조사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녹취록 보도한 뉴스공장 등 서울시 감사, 방송법 제4조 위반”
비슷한 시각 열린 행안위 국감에서 오세훈 시장도 감사 지시 사실에 대해 처음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그러다 주위 간부 등의 말을 듣고 “감사했답니다”라고 말해 김성회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이게 남의 일이냐. ‘감사했답니다’가 뭐냐”는 호통을 들었다. 신정훈 행안위 위원장도 태도 문제를 지적하며 “진지하게 답변하라”고 했다.
이에 오 시장은 “잠깐 시간 좀 달라”고 한 뒤 “그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제가 직접 지시한 게 아니라 시의회 요청이 있어서 제가 응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김성회 의원은 “360여 직원의 생계가 달린 문제를 시의회가 시켜서 했다니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지적하며 “시장이라 해도 감사를 지시할 수 없다. 시의회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TBS지부도 오 시장의 이런 답변 태도를 두고 “TBS 구성원에 심한 좌절감과 분노를 안겨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사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방송내용까지 감사를 강행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은 반드시 재갈을 물리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잘못된 언론관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에 먹칠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지시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를 진행한 서울시 감사책임자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