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폄하와 정치적 편향으로 논란을 빚은 한정석 재·보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이 결국 사퇴했다. 한 위원은 보수 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출신으로 이 단체가 제기한 심의민원 때문에 이해충돌 회피 요구도 받고 있었다. 한 위원 사퇴에도 선방위에는 공언련 대표를 지낸 김대회 위원도 있어 이해충돌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3일 “일신상의 사유”로 한 위원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한강 작가가 쓴 소설의 배경이 된 5.18민주화운동과 4.3사건을 폄훼하는 등 보수적으로 편향된 발언이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지 이틀 만이다. 선방위는 선거기간 방송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기구로 방심위가 구성한다.
KBS PD 출신인 한 위원은 8월 선방위원으로 위촉될 때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고 야당을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정파적 발언 때문에 논란을 불렀다. 한 위원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수 유튜브 채널 ‘한정석의 자유TV’를 운영하기도 했다.
한 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가 선방위에서 사퇴했으니 선방위 심의는 더 중도적이고 공정하게 될 것”이라며 국감에서 자신을 지적한 야당을 향해 비속어를 써가며 비난하고 “선방위 위원들의 정치적 중립이 의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위원은 자신을 '극우'로 칭했다.
한 위원에게는 이해충돌 문제도 제기됐다. 한 위원이 16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보수 후보로 나선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단일화를 축하드린다며 조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한 위원은 공언련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는데 이 단체가 제기한 심의민원을 회피하라는 요구도 받았다. 한 위원을 추천한 단체도 공언련이다.
한 위원 사퇴에도 선방위에는 같은 공언련 출신인 김대회 위원도 있어 이해충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당장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공언련 대표를 지내고 있었다. 선방위는 24일 회의를 열고 공언련이 제기한 심의민원을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방심위 노조는 김 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제출했다. 노조는 기피신청 자격에 대해 "사무처 직원 128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등 각 위원회 심의의 공정성 및 독립성을 실현할 의무가 있으므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4.10 총선 선방위에서 활동한 최철호 현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며 9월 과태료 처분이 필요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 판단을 받기도 했다. 최 이사장이 공언련 대표 출신으로 민원을 공언련이 제기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의에 참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