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뉴스9 앵커가 KBS 차기 사장에 내정됐다. KBS 이사회는 2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사장 후보 면접 대상자인 박장범 앵커, 박민 사장, 김성진 방송뉴스주간 등 세 후보 중 이사 표결을 거쳐 박장범 앵커를 제 27대 사장 최종 후보로 임명 제청했다.
이날 야권 이사 4명은 투표를 앞두고 사장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퇴장해 여권 이사 7명의 표결로만 사장 최종 후보가 결정됐다. 박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의 임명재가를 거쳐 차기 사장에 최종 임명된다. 제27대 KBS 사장 임기는 3년으로 오는 12월10일부터 2027년 12월9일까지다.
박장범 후보는 이사회 결과 발표 직후 “공영방송 KBS의 최고경영자는 시청자인 국민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사내 통합을 통해 KBS 내부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후보는 2월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담을 진행하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질문에서 디올 명품 백을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으로 지칭해 논란을 산 인물이다.
KBS 기자협회는 11일 성명을 내어 박장범 후보의 KBS 사장 지원을 놓고 “숱한 의혹을 캐묻고 따지는 대신 해명에 더 집중했던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을 굳이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부르는가 하면 ‘명품 백 이슈로 부부 싸움하셨어요?’라고 물었던 건 그야말로 충격적”이라며 “사장 후보자의 명단이 공개된 지금, 박장범 앵커가 왜 그랬는지, 수많은 항의를 받고도 왜 아직 앵커 직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지 그 이유를 이제서야 알 것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KBS 이사회 사장 후보 면접 과정에서도 당시 논란이 됐던 윤 대통령 대담 관련 이사들의 질의가 나왔다.
여권 류현순 KBS 이사는 “박 지원자는 연초 대통령 인터뷰에서 파우치 표현 처음 썼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 오고 가고 있다. 여성 백 관심 많냐”고 물었다. 박 후보는 “인터뷰 대상이 대통령이라고 해서 용어를 따로 선택한 건 아니”라며 “삼성은 갤럭시처럼 제조사 원칙대로 제가 그 상품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찾아보니 디올 파우치다. 외국회사 제품이고, 파우치는 영어이기 때문에 한국말로 설명하기 위해 크기가 작은 가방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입 사치품을 명품이라 쓰는 건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또 야권 류일형 이사는 당시 대통령 대담에서 박장범 후보가 국무회의실 대통령 석에 앉은 장면에 대해 “대통령의 의자에 앉을 때 무슨 생각이었나. 바른 판단이었나. 저널리스트로는 정중하게 사양하는 게 어땠을까”라고 질의했다.
이에 박 후보는 “국무회의실 소개 중 (윤 대통령이) 돌발적으로 앉아보라 했고, 몇 번 앉지 않겠다고 했다”며 “얼떨결에 앉게 됐고 ‘국민들의 정책이 논의되고, 의결되는 장소다. 대통령의 책임감 중요한 자리일 것 같다’ 하고 바로 일어났다.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본부가 의도한 게 집무 공간을 격의없이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흠집이 나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 전현직 KBS 이사 5명이 법원에 방송통신위원회와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KBS 신임 이사 선임 집행정지 신청 결과에 따라 이번 이사회의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한 파장이 예상된다. 8월27일 KBS 야권 이사 5명(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은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명이 새 이사를 추천한 것은 법적 정당성이 없는 원천무효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낸 바 있다.
야권 이사 4명은 23일 KBS 이사회의 박 후보 사장 임명제청 의결 직후 입장문을 내어 “표결을 거부한 우리 4명의 이사들은 위법성이 큰 27대 사장 선임 절차의 중단을 호소했지만, 여권 성향 이사들은 귀를 닫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가 위법적으로 임명한 7명의 이사들에 의해 위법이 거듭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KBS 위법 상태 해소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이날 긴급 입장을 내어 “김건희 여사가 수수한 명품백을 '조그만 파우치'라 축소하며 KBS 뉴스를 용산 방송으로 만든 주범 박장범을 이사회가 최종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한 것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며 “결국 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이진숙-김태규 2인체제 불법 방통위에 의해 추천돼 공영방송 이사가 된 이들은 이번 결정을 통해 스스로 정권의 하수인임을 자인했다. 불법적 이사회의 사장 임명제청을 인정할 수 없으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 끝까지 싸워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KBS 이사회의 사장 임명제청이 이뤄진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하루 파업에 돌입해 사장 선임 절차 중단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투쟁을 지속했다. 이날 KBS본부 조합원 500여명은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곳곳에서 농성을 벌였다. 오전 9시30분 이사회가 개회된 가운데 여권 이사 대부분은 농성을 피하기 위해 2시간여 일찍 이사회 회의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