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이 자사의 ‘비상계엄’ 특보 시청률과 4일 ‘특집 9시 뉴스’ 보도를 두고 “처참하고 심각하다”고 평가하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 국주간단에게 “비상시국에 대응할 역량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4일 밤 KBS 기자협회는 <도대체 어디까지 무너져야 만족하시겠습니까> 제하의 성명을 내어 “어젯밤 비상계엄 사태로 자칫 KBS 보도국이 계엄사의 통제 아래 들어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으나 그만큼 충격적인 건 언론사들의 특보 시청률 결과”라며 “2024년 12월 현재 국민은 KBS 뉴스를 오히려 외면하기 시작했다. 큰 사건·사고나 큰일이 벌어지면 KBS 1TV를 찾는다는 마지막 자존심은 어디에 갔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기자협회 성명에 따르면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 방송사가 진행한 특보 시청률은 MBC가 6.8%으로 가장 높았고, JTBC 4.2%, TV조선 3.9%, SBS 3.3%였다. KBS는 3.2%에 그쳤다. KBS 기자협회는 “종편사들에도 크게 뒤진 수치”라며 “이 수치는 그나마 잘 나온다고 했던 전국 시청률이고, 범위를 수도권이나 서울로 좁히면 결과는 더 처참하다”고 했다.
다음날(4일) 메인뉴스 프로그램 ‘9시 뉴스’에 대해서도 KBS 기자협회는 “45년 만의 비상계엄선포, 하나하나가 역사책에 나올만한 대형 이슈들이다. 그런데도 9시 뉴스는 평상시와 똑같은 1시간 편성에 불과했다”며 “내용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엄령 선포 이후 하루가 다 지나가는데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윤 대통령은 지금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인지, 계엄령 선포와 포고령에는 어떤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요소가 있는 건지, 국민들은 어떤 반응인지 등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라면서 “하지만 우리 뉴스에서는 이런 궁금증들을 제대로 풀어낼 만한 아이템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또 KBS 기자협회는 “현장에 나가는 건 늘 후배들이고, 현장에서 국민들의 매서운 질타를 받는 것도 현장 후배들”이라며 “사무실에 앉아 뉴스를 망치는 사람 따로 있고, 현장에서 온몸으로 비난을 받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하느냐”고 우려했다.
앞서 KBS 기자들은 ‘명태균 의혹’에 대해서도 보도본부가 해당 사안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명태균 보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보도본부 측은 이를 사실상 묵살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KBS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명태균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 기자사회의 끊임없는 취재력 강화, 아이템 강화 요청에도 묵묵부답이던 KBS 보도본부였다”며 “이런 부끄러운 일을 겪었으면서도 또다시 전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이리도 소극적인 보도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정말로 KBS 뉴스를 완전히 파괴하기 위한 것인가”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