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3일 밤 11시 발표된 계염사령부 포고령의 2항과 3항이다. 계엄사는 이를 위반하면 ‘처단’한다고 포고령에 쓰기도 했다. 계엄법에 따라 포고령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국회는 2시간여 만에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했다. 계엄사는 방송국들을 점령하는 등 당장 보도 검열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일부 언론은 계엄사가 다음 날부터 언론을 담당하는 보도처를 편성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밤새 언론인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높았다.
새벽 내내 국회에서 취재한 한 경제지 기자는 “언론 통제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해서 야당 의원들 활동을 보도해도 되느냐고 상의했었다”며 “데스크에서는 속보를 쓰는 대로 바로 송고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쓴 기사들이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두려운 마음이었다”고 돌아봤다.
한 주간지 기자는 “현장에서 기자라고 하고 국회 출입증을 제시하면 경찰들이 들여보내 줬다가도 마음대로 막기도 했다”며 자유롭지 않았던 취재 상황을 전했다. 일부 기자들은 국회의원들과 함께 몰래 울타리를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 기자는 “회사에서 ‘쓸 것 있으면 다 쓰라’고 했다”며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기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신범수 아시아경제 편집국장은 국회에 군 병력 투입이 한창이던 밤 11시 반쯤 내부망에 공지를 띄워 “내일부터 우리 편집국이 계엄사령부 지휘 아래 있게 됩니다. 기사 및 편집 검열도 받게 될 것”이라며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저와 편집국 리더들은 중심을 잃지 않고 언론인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신 국장은 “언론인 생활을 30년 가까이 했어도 책에서만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겠다 싶었다”며 “계엄이 언제 해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자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상황이 긴박한 만큼 뜬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사실 확인을 면밀히 하라고 지시했다.
계엄군 투입을 막아내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부당한 계엄이라고 판단해 계엄군이 들이닥치면 회사를 그냥 내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일단 대치해야 한다고 생각해 조합원들이 밤새 회사에서 대기했다”고 말했다.
실제 군 병력과 마주친 이도 있다. 새벽 1시쯤 급히 방송 출연을 위해 서울시 충정로에 있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사옥에 간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은 “6~8명 정도 군인이 정문 앞과 옆 골목까지 배치돼 있었다”며 “계엄사에서 정확히 ‘지시’를 받았다고 하면서 출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가결됐다고 해 봤지만 군인들은 ‘아직 계엄사는 유지되고 있다’면서 통제하고 있다가 무전을 받고서야 15분여 만에 철수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방송의 진행자인 김어준씨는 새벽 사이 자택에 군 체포조가 찾아왔다며 그들 몰래 도피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도 만일의 사태를 우려했다. 한 기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계엄 선포의 주된 이유가 가짜뉴스, 여론조작 척결이었다. 뉴스타파가 정부에는 가짜뉴스 수괴 아니었나”라며 “과거에도 계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정치인과 언론인을 잡아가는 거였는데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