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서 신문 지우랄 땐 언제고… "후속절차 대비없이 또 밀어붙여"

[이슈 분석] 돌고돌아 통합뉴스룸 회귀, 각 사 구성원 목소리 들어보니

통합뉴스룸 체제로 복귀했거나 예정인 신문사 편집국에서 기자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핵심인 업무방식의 변화가 충분한 소통 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져 혼돈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제히 강조된 ‘신문 강화’란 방향이 조직원에게 주는 ‘시그널’이 ‘반 디지털적’이고, 일상 업무 중심에 지면이 오며 ‘디지털 마인드’가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소통 부족, 급작스런 업무 변화... 기껏 키운 디지털마인드 어디로?

지난해 12월 통합뉴스룸을 구축한 조직개편 후 약 두 달이 된 중앙일보에선 부서 데스크들의 과부하가 이어지고 있다. 신문제작 역할이 각 부서로 넘어오며 온라인 출고에 더해 지면 업무도 맡게 돼서다. 지면 인력 감소만큼 취재부서 인력이 늘지 않았다. 정치·경제·사회부 등엔 보조데스크가 생겨 지면 업무를 지원하지만 추가 배치가 없었던 부서도 있다. 회사는 “경력 채용으로 최대한 보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종이신문’을 기자들 머리에서 지우라며 뉴스 생산과 신문 제작을 애써 분리했던 신문사들이 다시 이를 합친 통합뉴스룸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및 조기 대선 등의 정국에서 신문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해 12월14일 중앙일보 호외가 인쇄되고 있는 모습. /중앙일보

중앙일보 한 기자는 “기자들의 불만, 노조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보니 데스크들이 과로를 하며 감당 중인데 지속가능한지 의문이다. 취재기자들에게 부담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면 중심으로 일할 때와 비교해 업무량이 늘었고, (유료 플랫폼) 더중앙플러스를 위한 연재물 등 부담도 안은 상황에서 ‘+α’가 더 생긴 셈”이라고 했다.


‘업무량 조정’ 없이 일이 늘기만 하는 방향은 언론사들이 본격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후 반복된 문제지만 이는 불만의 근원은 아니다. 8년 간 이어진 시스템이 “명확한 의사결정 근거나 충분한 소통 없이” 기존 “‘비효율적’이라며 분업화 됐던 업무가 어떤 설명도 없이 원상복구” 된 게 크다. 앞선 타운홀미팅에서 회사는 “계엄 사태로 모두 정신이 없었고 (조직개편을) 예고할 경우 9층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고 해명했고 대표, 편집인, 편집국장이 직접 소통에 나서 의미있다는 평도 나왔다. 다만 이 자리만으로 충분한 공감대가 마련됐는지는 미지수다.


중앙일보 또 다른 기자는 “저는 (분리가) 안착이 잘 됐다고 생각하고 이게(통합) 지금 제일 필요했는지 의문이 있다. 잘 되는 걸 더 잘하려고 하거나, 잘 안 되는 걸 잘해보려고 하는 시도가 있을 텐데 이번 조치는 둘 다 아니다”라고 했다.

“잘 되는걸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잘 안되는걸 잘하려는 것도 아니고”

통합뉴스룸으로 복귀를 최근 천명한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내부에서도 유사한 과정이 보인다. 한국일보에선 최근 사장이 전격적인 공지를 통해 3월부터 뉴스룸국(뉴스생산)과 신문국(신문제작)을 통합한다고 밝히면서 TF 구성, 개편안 마련 등 후속 절차 마련이 시급해졌다. 앞서 관련 논의는 있었지만 상당 디지털 담당자들도 이날 해당 글을 통해 추진여부를 알게 됐다고 할 정도로 급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내부에선 우려가 있다. 김혜영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장은 “방향성에는 공감을 하나 국을 분리 운영하며 지적됐던 문제점을 해소할 각론이 중요한데 날짜부터 못 박고 각론을 준비하는 방식이 마땅한지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지난 1월 경영진이 신임 편집국장에게 주문하며 신문국 통합을 진행했다. 지난해 7~10월 회사는 ‘편집국 디지털 경쟁력·소통 강화 TF’를 운영했지만, 여기서 제안된 내용은 아니었다. 경영진은 조직운영 권한을 행사했고, 애초 TF 목적에 부합한 영역도 아니었지만 이 같은 결정 이후 추진된 ‘신문-디지털 통합’이 일방적이고, 당시 업무방식과 체계에 기초한 TF 논의결과를 상당히 퇴색시켰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애초 ‘분리’는 신문기자와 신문사의 업무방식과 인식을 ‘디지털 마인드’로 변화시키려는 인프라 구축 성격이 강한 작업이었다. 하나의 정답은 아니지만 사별로 ‘충분히 달라졌다’는 판단만 할 수 있다면 성패를 논하긴 어렵다. 일각에선 ‘분리 안 하길 잘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고 시도를 통한 조직 경험을 과소평가한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통합뉴스룸으로 복귀하는 매체에서 공통적으로 천명한 ‘신문 강화’란 방향이 조직의 디지털 전환 비전으로선 안 좋은 ‘시그널’을 주고, 결국 ‘신문 시대’로 돌아갈 것이란 걱정이 나오는 부분은 유념할만하다.

실제 해당 기조는 디지털 담당자나 경영진, 유료 콘텐츠 부서가 아니라 출입처, 데일리 담당 기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들의 일상에서 신문 종속 여지가 커진 건 사실이다. 경향신문 한 기자는 “과거엔 지면용은 제대로 쓰고 온라인용은 적당히 쓰자는 생각을 했는데 완전히 사라진 게 가장 큰 차이다. 지면 분량이나 마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기자가 필요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쓸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면서 “에디터들이 기자들에게 지면 관련 지시를 예전처럼 하는 일이 늘 텐데 다시 지면 중심으로 사고하고 기사를 생산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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