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도서관 많은데, 왜 우리 동네엔 없나… 모두의 문제였다

[인터뷰] '공공도서관 접근성 과학적 분석' 김동우·박수빈 부산일보 기자

내가 사는 동네엔 도서관이 없는 이유가 뭘까? 왜 내가 빌리고 싶은 책은 늘 빌리기 어려울까? 도서관에 갔다가 이런 생각을 해봤다면 김동우·박수빈 부산일보 기자의 <부산 공공도서관 리포트>는 답이 될 만하다. 지난해 9월 나온 기획은 불평에 그치기 쉬운 문제의식을 더 밀고 나아가 ‘나’의 불편이 사실 ‘우리’의 문제였단 걸 성실히 드러냈다. 소소한 불만은 결국 정책과 제도의 결과였다.

<부산 공공도서관 리포트> 기획을 공동 취재한 김동우(왼쪽)·박수빈 부산일보 기자가 20일 사옥에서 포즈를 취했다. 두 기자는 지난해 9월 부산 지역 공공도서관 실태와 접근성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현장 취재를 더해 3부작 기획을 내놨다. 현재도 관련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부산일보 제공

“도서관을 통해 얻은 게 많다”는 김동우 기자는 16일 전화 인터뷰에서 “취재원과 일상 대화에서 반복적으로 ‘도서관이 멀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 상태에서 2026년 세계 최대 국제 도서관 행사(‘세계도서관정보대회’)를 연다는 부산시의 대대적 홍보를 봤는데, 인프라가 훌륭하다는 자평과 시민들 인식에 괴리가 있는 듯했다. 파보자 싶었다.”


미약한(?) 시작과 대비되는 본격적 과정이 이어졌다. 그해 7월, 곧장 장덕현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찾아가 협업을 모색했다. “‘도서관이 적다, 책이 부족하다’고 일상의 언어로 말할 순 있지만 이게 단지 불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란 걸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서다. 2021년, 장 교수 연구팀은 부산 지역 205개 행정동별 인구밀도와 도서관 서비스 반경을 교차분석해 공급 불균형 현실을 다룬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를 업데이트하고 확장하는 식으로 방향이 결정됐다.


데이터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 없는 논의는 공허해질 수 있었다. 부산시 공공도서관 수는 50여곳. 같은 팀 박수빈 기자에게 공동 취재를 제안, 사전조사·데이터로 문제가 파악된 도서관을 주말과 퇴근 이후 찾아 관계자와 이용객의 고충, 필요한 지원 등 목소리를 들었다. 박 기자는 “사서 분들 다수가 ‘답변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일이 많았고, 구·군청 담당 공무원을 연결해주는 사례가 잦았다. 현장의 상황과 어려움, 사서들이 겪는 고충을 인터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했다.


그렇게 지역 공공도서관 입지와 접근성, 운영 전반의 문제를 과학적 방법론으로 다룬, 드문 ‘3부작 도서관 보도’가 나왔다. 기사는 부산 지역 인구 밀도 상위 30개 읍면동의 전체 면적 중 50%에 달하는 곳이 공공도서관 반경 1km 내 생활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시각화해 제시했다. 10년 새 부산시에 도서관 21곳이 새로 생겼지만 양적 성장뿐 ‘정작 사람 많은 곳엔 없다’는 걸 확인했다.


‘시민 1인당 장서 수’, ‘사서 1인당 서비스 인구 수’ 등 국가통계를 비롯해 ‘도보 10~15분 거리에 공공도서관이 없어 옆동네 원정을 가는 시민’, ‘사서 1명이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일부 도서관 현실’ 등 현장취재가 더해지며 ‘낮은 접근성, 이용도 하락에 따른 예산 감소, 자료구입의 어려움, 시민의 외면’이란 악순환의 구조를 드러냈다. 이후 부산시는 도서관 건립 입지 가이드라인을 새로 수립해 기초 지자체에 전달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서관 불모지’인 동래구민들은 주민대회를 열고 도서관 건립 촉구 의사를 구청 등에 전달했다.

부산일보 '부산 공공도서관 리포트' 기획 기사. /부산일보 제공

각각 2021·2023년 기자생활을 시작해 사회부 경찰팀에서 일하는 두 기자는 부지 확보 어려움 등 현실적 고려로 지을 수 있는 곳에 지어진 정책 결과에 대해 ‘경기도서관’, ‘일본 이시카와현립도서관’ 등 사례를 제시, 사안이 결국 정책 ‘우선순위’ 문제임을 지목했다. 이는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란 근원적 질문과 맞닿는다. 박 기자는 “도서관이 단지 책을 대출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주민이 모이고 교류하는 생활밀착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해야 하고, 그런 공공 공간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첫 보도 후 약 5개월이 지났지만 꾸준히 관련 기사를 내놓고 있는 김 기자는 “인공지능(AI) 시대 문해력 위기에 대응한 독서 활성화, 리터러시를 위한 곳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도서관이 ‘공공성의 보루’이고, 단지 문화시설 하나가 아니라 공공성이란 가치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투자할 용의가 있는지 철학의 문제라 생각하게 됐다. 꼭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이 방향에 계속 관심을 갖고 보도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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