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 윤리지침 강화 움직임, 언론계 뿌리내려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기자 선행매매 사태로 허물어진 언론계의 윤리적 방어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경제신문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졌고 일부 간부와 기자들이 선행매매 혐의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 최근에는 특징주 기사를 이용한 선행매매로 112억원의 차익을 얻은 전직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재판정에 섰다. 지난해 초에는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후 퇴사했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를 사익 취득에 이용한 이번 사태는 언론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다. 드러난 사례들이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은 더욱 뼈아프다.


기사 한 줄이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무게를 망각하고 자산을 불리는 도구로 쓴 행태는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기자가 자본시장과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이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직접 수익을 챙기는 ‘플레이어’로 전락하는 순간 언론의 공적 신뢰는 사망 선고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몇몇 기자의 도덕적 해이가 부른 일탈이 아니다. 언론계 내부에 깊이 박힌 안일함과 개인의 양심에만 기댄 허술한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빚어낸 구조적 참사다. 일부 언론이 비정상적으로 운영해 온 ‘IR 클럽’이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시세조종 세력의 도구로 작동해 온 것은 아닌지도 자성해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이 ‘기자 신분을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을 엄격히 금하고 있음에도 선행매매가 반복된 것은 구체적인 기준과 강제력이 결여된 ‘선언적 규정’의 한계를 보여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식 투자나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확대되는 등 자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경제는 신문 1면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경영진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결단을 내렸다. 또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아 편집국 기자, 논설위원 등 신문 제작 관련 임직원들의 국내 개별 종목 주식 매매를 원천 금지하는 윤리 지침을 시행 중이다. 매일경제, 이데일리, 이투데이 역시 직무상 정보를 이용한 사적 이익 추구는 물론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투자에 활용하게 하는 행위까지 엄격히 규제하는 지침을 도입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간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던 언론계의 자정 시스템이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우리보다 먼저 유사한 사례를 겪은 해외 언론사들은 오래전부터 이해충돌 규제 범위를 기자 개인을 넘어 가족과 지인 등 관계망까지 촘촘히 적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AP통신, BBC 등은 특정 종목 거래 제한, 사전 신고제, 블랙아웃 기간 설정 등 실무적인 통제 장치를 가동하며 취재 대상과의 부적절한 밀착을 차단하고 강력한 내부 징계와 법적 책임을 묻는 실효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향한 더욱 냉정하고 합리적인 윤리적 기준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이 특정 언론사의 일회성 수습책에 머물지 않고, 언론 생태계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구속력 있는 자정 시스템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언론이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못하다면 누구를 감시하고 무엇을 견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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