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1일, 김백 사장 취임과 함께 유진그룹 체제 YTN이 공식 출범한 지 2년이 지난 가운데 YTN 내부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나 임명동의제를 ‘패싱’한 인사 등으로 현 보도와 경영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사태를 자초한 YTN 최대주주는 최근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 등 범여권 인사 다수를 이사진으로 기용하며 반발을 사고 있다. 이후 YTN 이사회는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를 통한 제도 개선 뜻을 밝혔지만, 내부에선 유진 체제를 존속하려는 시도일 뿐이란 문제의식이 팽배하다.
보도전문채널 YTN에선 1일 현재,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이 없는 상황이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오전 9시5분 열리던 보도국 회의가 2월부터 열리지 않았다. 오전 8시30분 약식 회의에서 최소한의 논의가 진행될 뿐이다. 보도책임자 직무를 편집부국장, 이슈기획팀장 등이 대리해 왔지만, 당사자들은 ‘나는 책임자가 아니고 (지금 보도국은) 자율주행 체제다. 각자 알아서 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최근 사측이 편집부국장을 보도책임자로 공지했지만, 임면동의 투표 등 절차를 거친 보도책임자는 없는 상태다.
‘보도 컨트롤타워’의 실종은 현장 혼란과 보도 품질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 YTN A 기자는 “다른 부서끼리 발제가 겹치면 정리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둘 다 승인나거나, 기사를 쓰다 ‘저쪽에서 먼저 썼네’ 해서 중단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재난이나 큰 사안은 티가 안 난다. 그럴 때 누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는 체화돼 있다. 다만 우리 존재 이유가 단순 전달자는 아닌데 의미나 분석이 필요한 아이템이 못 나온다. 책임지는 이가 없으니 책임지지 않을 범위만 다루게 된다”고 했다.
보도에 대한 책임과 부담은 기자 개인에게 가중되고 있다. B 기자는 “최근 사건팀 캡이 바뀐 뒤 단독 보도가 나오지만 구조적 뒷받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말 되는 기획이 없고, 기자상을 못 받은 지도 상당히 됐다”며 “야간 당직에서 일이 터지면 일진이 우선 판단해 연락하는데, 보도국장이 없다 보니 저연차 중에선 판단과 책임에 부담을 호소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고연차 C 기자는 “책임자가 없으면 기자들은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개개인은 물론 채널 전체 경쟁력 하락이 될 수 있고, 경험 누수는 장기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사태 원인엔 2024년 유진그룹이 최대주주가 된 뒤 선임한 김백 전 사장의 인사가 있다. 단체협약을 파기한 보도국장 임명과 상위직인 보도본부장직 신설 및 선임 등의 인사 조처를 법원은 위법하다고 봤다. 보도국장 공석 속에 1월 말 당시 보도본부장이 판결 취지에 따라 사퇴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경영 리더십의 부재도 장기화되고 있다. 김백 전 사장 사퇴 후인 지난해 9월 선임된 정재훈 YTN 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7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방송법 개정으로 사추위를 거쳐 사장을 뽑아야 할 상황에서 이를 회피하려는 ‘직대’ 인사란 비판이 따랐다. 경영 실적도 반등하지 못했다. 민영화 2년차인 지난해 YTN 영업이익은 -136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언론사로서 공적 역할은 물론 기업 운영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진그룹은 최근 범여권 인사 다수를 추가한 YTN 이사회 출범과 함께 ‘책임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가 보도 자율성 침해 사안을 조사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YTN 경영진을 배제하고 대주주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선언”이며 “‘양상우 사단’이 장악한 이사회가 경영, 보도, 인사 전반의 통제를 공식화 한 것”이라 비판했고, YTN 이사회는 “법리적 오독이자 왜곡”이라며 개별 기사 개입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3월31일 양상우 YTN 이사회 의장이 “YTN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보도·편성 독립성 수호를 강조한 글을 올린 후 YTN 내 직능단체와 기수·개인 성명이 잇따르며 반발은 커지고 있다. YTN 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저널리즘 훼손의 근본 원인으로 유진그룹을 지목, “상당수 이사가 유진 체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데 어떻게 스스로를 개혁의 주체로 내세우겠다는 건가”라고 했다. 이들은 “제도 개선, 재발 방지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론 문제 해결의 ‘모양’을 만들어 기존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려는 시도”라며 보도 독립성 회복을 원한다면 “유경선 회장에게 책임을 묻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