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제 매체 소속 기자들이 선행매매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언론사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윤리강령과 지침에 금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특히 윤리강령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징계를 명문화했다.
2월 초 일부 간부와 기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 혐의로 관계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은 한국경제신문은 임직원의 국내 개별 종목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윤리지침을 시행했다. 매일경제신문, 이데일리, 이투데이는 선언적 내용에 머물던 윤리강령을 구체화해 발표했고, 서울경제신문은 윤리강령과 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노사가 협의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아시아경제,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는 기존 윤리강령 개정에 착수했다.
매일경제, 이데일리, 이투데이의 새 윤리강령은 취재 정보 사적 이용 및 제3자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특히 매일경제는 투자 금지 대상에 주식, 부동산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을 명시했고, 장기보유 목적인 경우에도 뉴스 생산에 참여한 임직원은 보도 후 최소 3거래일 동안 해당 종목 거래를 금지했다.
세 언론사 모두 윤리강령 적용 대상을 조직 구성원 전체로 확대했다. 매일경제는 윤리강령 적용 주체를 기자뿐 아니라 경영, 기술, 지원 부서 등 매경미디어 임직원 전체로 확대했다. 이데일리는 편집국 소속 임직원에 더해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동거가족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이들 언론사는 친인척 등 제3자에게 정보를 넘겨 우회 투자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이투데이는 이런 내용을 담은 윤리서약서를 2월 중 전 직원에게 받았고, 매일경제는 윤리강령 준수 서약서를 받고 있다. 이데일리 임직원들은 3월 초·중순 연봉 계약을 하면서 금융투자 불공정거래 방지 및 이해상충 예방을 위한 임직원 윤리강령에 서명했다. 한국경제 임직원들은 이달 19일까지 윤리강령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서약서에는 징계 등 인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됐다.
박성호 이투데이 경영기획실장은 “편집국 기자뿐 아니라 일반 지원 부서 직원들에게도 사내외 정보를 막론하고 이를 이용한 선행매매나 주가조작 연루 등은 반드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하지나 한국기자협회 이데일리 지회장은 “암묵적으로 알고 있던 사안이긴 한데 구체적으로 명시된 윤리강령에 서명하니까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왔다”며 “직업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윤리강령 개정과 주식 투자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선 서울경제는 노조와 관련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서울경제는 가이드라인에서 금지 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한다는 방침인데, 단기 투자 거래를 지양하고, 선물, 공매도 등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며, 비상장 코인 매매를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는 매년 전 직원에게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경제는 경영진 및 편집국, 논설위원실 등 신문 제작 부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국내 개별 주식 종목 매매 원천 금지 △모든 임직원은 30일 이내에 윤리강령 서약서 제출 △6개월 이상 장기보유 목적이라도 업무상 이해충돌이 우려되는 주식 매매 금지 등을 담은 취재·보도·제작 윤리 지침을 제정해 3월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편 금융 당국은 작년부터 일부 경제 매체 소속 기자들이 취재 중 얻은 정보로 주식을 사고, 해당 주식 관련 기사를 쓴 다음 주식을 팔아 수익을 챙긴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초 전현직 기자 20여명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KBS 보도가 나왔고, 11월에는 ‘특징주 기사’를 이용해 11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전직 기자와 전업 투자자 2명이 구속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올해 2월에는 한국경제 소속 기자들의 선행매매 혐의와 관련해 관련당국이 한국경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