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9인 완전체로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심의는 한 건도 진행하지 못한 채 위원회 공정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배우자가 MBC 보도본부에 재직 중인 김민정 부위원장이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으며 이해충돌 가능성이 커진 데다, 김우석 위원이 상임위원 호선 과정에 개입하며 절차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까지 이어지면서다.
방미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4일 첫 회의를 열고 김민정 방미심위 부위원장을 방송심의소위원장으로 호선했다. 김 부위원장의 배우자는 MBC 보도본부 소속으로 디지털뉴스룸국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심위 내부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방송소위에 배정된 직후부터 이해충돌에 따른 위원회의 신뢰 하락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심의하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방송소위 위원의 직무 특성상, 김 부위원장이 심의에 참여하는 것이 배우자가 속한 방송사의 이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미심위에는 김 부위원장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서가 접수된 상태다.
김민정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기다리고 있는 고광헌 위원장 후보가 임명된 후 이해충돌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위원회 차원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우석 상임위원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개입하며 회의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2차 회의에서 상임위원 후보로 거론되던 김 위원은 3차 회의를 앞두고 상임위원 호선 안건의 상정 순서를 앞당길 것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김 위원의 호선에 유리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8일 최선영·조승호 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공직 신분인 피호선자가 자신의 선출을 유리하게 하고자 절차에 개입한 행위는 의결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것”이라며 이를 ‘이해충돌’로 규정했다. 이들은 안건 순서 변경 요구 경위와 수용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임위원 호선 의결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두 차례 전체회의에서 격론 끝에 의결이 보류된 상임위원 호선 안건은 3월23일 제3차 전체회의 당시 세 번째로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개회 직후 첫 번째 안건으로 변경됐다. 이날 김 위원은 표결을 통해 찬성 6표, 반대 3표로 상임위원에 호선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위원의 직접적인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은 회의 3일 전인 3월20일 방미심위 전략기획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호선 안건이) 보류 안건이니 첫 번째로 바꿔야 한다”고 했고, 사무처는 이를 김민정 부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당시 회의에서 안건 변경 경위를 묻는 질문에 “일부 위원의 요청이 있었고, 안건 순서 변경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영·조승호 위원은 “사적 이해관계자가 회의 일정 변경에 적극 개입한 것은 합의제 기구의 의사결정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두 위원은 △안건 순서 변경 요구 경위와 수용 사유 공개 △상임위원 호선 안건 의결의 절차적 정당성 재검토 △회의 일정 변경 시 위원 동의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규칙 제정 등을 사퇴 의사 철회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각각 3월24일과 3월23일 김우석 위원의 상임위원 호선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