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석열정부 방송장악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3월10일 국무총리 직속 사회대개혁위원회가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긴급실행과제 20개를 발표한 가운데, 언론 분야 중 유일하게 포함된 ‘언론장악 진상규명 특별법’의 내용과 핵심 요건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현재 사회개혁위는 법안 제정을 위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논의를 앞두고 있다. 사회개혁위가 언론계 종사자 간담회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 대상, 방법 등이 담긴 제안서를 과방위에 제출하면 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박석운 사회대개혁위원장은 “오늘 이 토론회를 통해서 (법안) 제정 논의가 본격화했으면 좋겠다”면서 “이 점에서는 국회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위원회는 지금까지 논의를 잘 정리해서 제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진순 사회대개혁위원회 정치·민주분과 위원장은 위원회가 국회 과방위에 제출할 제안문 초안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완전한 독립 기구의 지위를 보장받는 한시적 특별 기구로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운영 기간은 1년으로, 조사가 미진할 경우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하는 방식이다.
특위가 실질적인 조사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특위는 핵심 관련자에 대해 동행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고 정부 부처 및 기관에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동행명령이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증인에게 지정 장소까지 동행을 명령하는 제도로, 국회의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서 활용된다.
또한 특위 조사 결과 범죄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고발 및 수사 요청과 감사원 감사요구 등을 할 수 있다. 활동이 끝난 후에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 시민사회의 의견수렴을 거처 국가가 공식적으로 ‘언론탄압 진상규명 백서’를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별법의 진상규명 조사 대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위법·탈법 운영 실태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에 대한 부당 개입 및 수신료 분리징수 조치 △YTN 사영화 및 유진기업 불법 선정 의혹 △TBS 폐지를 둘러싼 서울시·방통위·행정안전부의 위법 공모 의혹 △뉴스타파 등 5개 언론사·언론인에 대한 보복성 압수수색과 무더기 소송 등이 포함됐다.
이에 더해 12·3 불법계엄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기자실에 있었던 물리적 통제 또한 조사 대상으로 포함됐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12·3 불법계엄 당시 기자실 출입을 막은 것이 경호처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불법 비상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 언론을 직접적으로 통제한 헌정질서 침해 사건”이라면서 “평시뿐만 아니라 비상계엄까지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법이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언론장악 시도를 ‘언론장악의 외주화’로 명명했다. 규제와 심의기관을 장악해 비판적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고, 행정제재를 남발하며 언론사가 자기검열을 체화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박상현 본부장은 “방송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성과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정권 변화에 따라 제도 역시 또다시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언론 장악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진상 규명과 함께 피해 복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석주 언론노조 방미심위지부장 역시 “‘민원 사주’ 의혹 등으로 국가 심의기구를 사유화해 왔던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에 대해 국가 사정기관들이 일제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를 고발한 공익신고자들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는 황당한 혐의로 경찰에 송치돼 있다”면서 “류희림의 비리를 비호한 감사원과 경찰, 국민권익위원회의 책임을 추궁하고 공익신고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에서 출연금 지원 조례를 폐지한 이후 실질적 ‘폐국’ 위기를 맞이한 TBS와 유진그룹이 최다액출자자(최대주주)로 승인되며 방송의 공정성을 위협받아 온 YTN에 대한 피해 복구 조치 역시 시급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전준형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김건희 대통령 후보자 아내에 대한 검증 보도 이후 정치권력의 보복으로 인해 YTN이 사영화됐다”면서 “‘언론장악 진상규명 특별법’에는 방송장악으로 피해를 본 언론인을 구제하고, 방송사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행토록 하는 법 규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지부장은 YTN과 TBS의 공적 소유구조 회복을 위해 MBC와 방송문화진흥회의 사례를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 또는 조례로 인해 공적 소유구조 등이 훼손되거나 경영이 악화한 방송 사업자의 공적 소유구조 회복 방안을 강구’하고, ‘공공성 회복을 위해 주식 또는 지분 등을 매입하거나 관리할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자금을 출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하는 방안 등이 언급됐다.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 지부장은 “행정안전부는 TBS가 출연 기관에서 해제될 당시 주무기관인 방통위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지만 듣지 않았다”면서 “지원 조례를 폐지함으로써 재정을 우회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제한하고, 규제기관과의 협의 절차를 명문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추경안에서 TBS 예산 지원이 불발된 것을 두고 “전체적으로 추경에 속도를 내야 해서 (TBS 지원 예산이) ‘전쟁 추경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야당의 주장을 여당 대표가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궁여지책이었다, 이렇게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은 이날 방미통위 전체회의에서 TBS에 대한 상업광고 허용을 추후 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방미통위가) TBS 문제를 여전히 소홀히 다루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방미통위는 재허가 심사에서 기준 점수인 650점에 미달한 TBS 등 방송사에 대해 청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TBS의 재원확보 개선 계획 등을 중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