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협상을 지켜보며

[컴퓨터를 켜며] 박지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중계권 재판매 협상 끝에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경기는 JTBC와 KBS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사진은 북중미 월드컵 중계를 알리는 KBS 홈페이지 화면.

‘뾰족한 수가 없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두고 방송사 간 재판매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앞으로 2032년까지, 그러니까 남은 6년 동안은 이 소동이 계속될 것 같다는 불길함도 함께 말이다.


6월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JTBC와 KBS가 공동 중계한다. 북중미 월드컵 국내 독점 중계권을 가진 JTBC가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협상을 벌인 끝에 개막 두 달여를 앞두고 KBS와 극적 타결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상파에서도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2월 동계 올림픽 단독 중계로 시청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JTBC로선 급한 불은 끈 셈이다.


그런데 이 결과로 월드컵을 중계하는 방송사에 실익이 있을지, 향후 어떤 방향이든 긍정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생겼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방송사 간 중계권 재판매 협상은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이미 JTBC는 지상파 3사와 중계권 재판매 협상 결렬을 선언한 전례도 있고, 앞서 중계권을 두고 방송사 간 가처분 소송,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을 주고받으며 생긴 앙금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JTBC는 이번만큼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중계권료를 공개(‘국부유출’이란 지상파 측 등의 주장에 대한 반박과 함께)하고, 최종안을 제시하는 등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했다. 다만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참여한 방송 4사 사장단 간담회에서도 결론에 이르지 못했고, 적정 금액을 두고 방송사간 입장차는 계속됐으며 새로운 가격을 제시하기까지 JTBC의 숙고 등으로 협상은 최종 통보된 시한을 20일 넘겨서야 겨우 타결됐다. KBS와 공동 중계가 결정된 이후엔 MBC측에서 “JTBC가 언론을 통해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일방적으로 협상 종료를 발표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는 등 끝맺음마저 매끄럽진 않았다.

중계권 재판매 협상 끝에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경기는 JTBC와 KBS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024년 10월29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조인식을 가지고 있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중앙그룹 제공).

한 쪽 탓을 하기 어렵다. 취재 과정 내내 방송사 실무진들 모두 ‘적자’를 말했다. 공식적으로도 JTBC는 최종 협상 가격을 제시할 당시 “큰 적자를 감수한 결정”이라 했고, 그 제안 금액보다 낮춰진 140억원을 받아들인 KBS도 “상당한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어려워진 TV 광고 시장에서 더 이상 특수는 없다고 한다. 모두가 ‘월드컵·올림픽 중계는 무조건 적자’라고 호소하는 상황. 이런 환경에서 앞으로 2030년 월드컵과 2032년까지 3개의 동·하계 올림픽 단독 중계권이 있는 JTBC의 재판매 협상이 잘 이뤄질지 단언하기 힘든 이유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 없다지만, 취재 내내 만약을 떠올린 건 어쩔 수 없었다. 2019년 JTBC가 속한 중앙그룹이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따낼 당시, 보편적 시청권 제도와 법 개선이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이제야 주무부처인 방미통위, 국회에선 보편적 시청권 관련 논의가 한창이다. 최근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제도 전반에 대한 장기적 개선 방안이 나오고는 있지만, 2032년까지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와 그렇지 않은 방송사, 시청자 모두가 만족할 묘수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건들기 쉽지 않은 쟁점이지만 취재를 하며 답답했던 건 이 지점이었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공적책무를 위해 공영방송에 중계 의무를 둬야 한다거나, 독점 프리미엄을 제하고 재판매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등의 제안은 나오지만, 어떤 방법이든 누군가는 금전적 손해를 보고 양보를 해야 하는 문제로 보인다.

박지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동계 올림픽 유료방송 독점 중계 파장 이후 국회에선 여러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이들 법안에 대한 소위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회의록을 보면 부칙상 소급입법 위헌 우려 등 의원별, 방송사별 의견이 나뉘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점이 있었다. “핵심은 향후 7년치의 스포츠 중계권을 한 회사가 갖고 있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법을 만들 것인가,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법을 만들 것인가. 입법의 목적이 분명해야 하는데 우리 내부적으로 조율이 돼 있는지 모호하다”는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다. 2028 LA 하계올림픽이 이제 2년여 남았다.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중계권 갈등 속, 논의의 시작은 늦었어도 쟁점을 명확히 하는 진단과 어려움에 처한 방송 산업 현실에 맞는 해법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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