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기피하는 후보들, 유권자 안중에 없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6·3 지방선거 TV토론회가 실종 위기다. 서울·경기·부산 등 주요 격전지에서 유력 후보들이 토론회를 거부하며 방송사·언론단체들이 준비한 토론이 잇따라 무산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인천경기기자협회와 경기언론인클럽이 추진했던 경기도지사 후보, 경기교육감 후보 초청 토론회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 현직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의 불참으로 모두 무산됐다. 두 후보는 토론을 거부하며 ‘현장을 다닐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는 2014년부터 꾸준히 지방선거 토론회를 준비해 왔지만, 후보들의 거부로 올해는 경기지사·경기교육감 후보 토론회를 열지 못하게 됐고, 경기지역 유권자들은 후보를 검증할 소중한 기회를 잃었다.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현직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토론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부산 북갑에서도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쌈박질할 시간이 없다”며 KBS부산 등 방송사들의 공개토론 제안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지지율이 우세한 후보가 토론을 기피하는 현상은 역대 선거마다 반복돼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토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토론 회피’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토론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토론 없이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한낱 말싸움으로 치부하며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자칫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해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법이 정한 최소한의 토론 기준만 채우려는 분위기가 유독 우세하다. 여야는 토론회 무산의 책임을 놓고 서로를 향해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본질은 단 하나다. 유권자의 판단 기회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공개 검증을 최소화해 실수를 줄이고 유리한 구도를 유지하려는 선택은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일견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유권자의 검증을 회피하는 태도다.


토론회는 후보자가 지역 현안에 대해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상대 후보의 비판에 어떤 논리로 대응하는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얼마나 준비된 모습을 보이는지를 유권자들이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강성 지지층이 주로 보는 사회관계망(SNS) 영상과 짧은 메시지, 지지층 결집 행사만으로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확인할 수는 없다.


법적 한계도 문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를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후보자들이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거부해도 추가 토론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유권자의 알 권리가 후보의 정치적 계산에 좌우되는 구조다. 형식적으로 최소 횟수만 채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검증이 가능하도록 토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토론이 너무 많다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유권자들이 충분한 후보 검증 없이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다. 질문에 답하고 검증을 견뎌내며 국민 앞에 자신을 내보이는 것은 공직 후보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토론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후보에게 지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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