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망법)이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났다. 망법 시행을 전후해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 ‘입틀막법’ 등 비판과 공세에 나서고 언론보도도 쏟아지자 주무 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6월 말부터 약 보름 동안 방미통위는 5건의 설명·반론자료를 내고,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서 성격의 가이드라인”을 총 47쪽 분량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그리고 8일 담당 국장이 직접 기자들 상대로 브리핑과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그럼에도 개정 법을 둘러싼 오해와 혼란은 잦아들지 않고, 법 시행에 수반돼야 할 관련 규칙 제·개정도 완료되지 않아 한동안 혼선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상임위원회 의결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단 2주 만에 통과됐던 개정 망법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월 공포 후 7월7일자로 본격 시행됐다. 가중 손해배상 대상 등을 정한 개정 망법 시행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며 시행에 들어갔다. 국회 입법은 당시 이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공언했던 대로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는데, 시행령 개정은 6개월의 시한을 꽉 채워 법 시행 당일이 되어서야 마무리된 셈이다. 방미통위가 법 시행 이후 지각 출범한 데다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친 까닭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개정 망법은 불법·허위조작정보로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면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는 가중 손해배상 청구 규정을 신설하면서 이를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특칙을 두었다. 손해배상 청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판단될 경우 피고가 법원에 중간판결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각하할 수 있으며, 특히 정치인 등 공인의 소를 각하할 때는 이를 공표하도록 명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절차와 방식 등을 정해야 하는 대법원 규칙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10일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규칙 입안 시기 등에는 답하지 않은 채 “준비 중”이라고만 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규칙인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 규정은 2년 전 개정된 게 마지막인데, 관련 규정 제10조와 방미통위 설치법 제22조 등을 현행 그대로 적용하면 개정 망법상 허위조작정보도 방미심위가 심의할 수 있다. 방미통위는 허위조작정보는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방미심위 또한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자 관련 규정을 손보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위원회 지각 출범 등의 이유로 개정 작업이 늦어지면서 한 달은 더 지나야 개정 규칙이 시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제반 규정 작업 등의 지연과 더불어 개정 망법의 모호성과 방미통위 대응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개정 법 시행 이튿날인 8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2020년 김어준씨의 딴지방송국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에 허위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삭제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유튜브는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 등에 대한 조치 의무를 지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하나다. 이 전 기자는 “개정 망법 입법 취지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사례’여서 신고했다”고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그런데 같은 날 뉴시스 기사에서 방미통위 측은 “개정 망법 시행 전에 게재된 콘텐츠에는 해당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6년 전 게시물은 신고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개정 망법 부칙에선 손해배상과 과징금, 벌칙과 관련해서만 ‘이 법 시행 이후’라고 적용례를 정했을 뿐 신고 및 심의 등에 관해선 기준을 따로 두지 않았다. 방미통위는 법 시행일 이전 게시물도 신고 조치 등의 대상이 되느냐는 본보 질의에 11일 “현재 유통되는 콘텐츠가 대상인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밝혔다. 앞서 뉴시스에 설명한 취지와는 다른 의미의 해석이다. 이에 따르면 유튜브, 네이버 등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과거 게시물에 대해서도 신고가 접수되면 삭제·차단 등의 조치에 나서야 하고, 신고 처리에 대한 사업자들의 부담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임의로 조치할 수 없다. 언론중재법 적용을 받는 언론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에 대해선 삭제·차단, 계정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이동재 전 기자가 신고한 영상도 인터넷신문 사업자인 딴지일보가 운영하는 딴지방송국 채널에 등록된 것이어서 유튜브가 삭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관해 불만 등 이의가 있으면 방미심위 산하 분쟁조정부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결국 법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 방식 등은 사업자의 자율규제 사례와 법원 판결 등이 누적되면서 교통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혼란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입법 과정서부터 꾸준히 제기된 법의 모호성 등 때문이다. 법 시행 첫날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원준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차별·증오를 조장·선동하는 표현을 불법정보로 규정한 개정 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의2가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공 변호사는 청구서에서 “조항에 포함된 특정 집단, 직접적인 폭력, 차별, 선동, 증오심, 조장, 존엄성 훼손 등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떠한 표현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예측할 수 없”고 “사회적 쟁점에 대한 국민의 표현 행위를 광범위하게 위축시키는 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