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입법 취지로 내세운 개정 정보통신망법(망법)이 시행령과 함께 7일 시행됐지만 ‘투명성센터’와 ‘사실확인 단체 양성·지원’ 등 조항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팩트체크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자체가 관련 단체의 독립성 침해 요인이고, 정치권의 개입 여지를 키워 팩트체크 토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법 한계 속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시행령도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며 플랫폼 등 현장에선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예산 미배정으로 관련 기구 미설치, 법 적용 대상 플랫폼 기준에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유예 없이 시행된 법안에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지원? 팩트체크 독립성 침해”
개정 망법은 “사실확인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통신서비스투명성센터(투명성센터) 설치를 규정했다. 법 시행으로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자율 정책을 수립·운영해 삭제나 차단 등 조치와 내역 공개를 하게 된 플랫폼 사업자와 연관 있는 조항이다. 허위조작 판단 등과 관련해 플랫폼은 사실확인 단체와 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사실확인 단체는 투명성센터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시행령은 투명성센터 업무로 “사실확인 활동과 관련된 단체 및 인력 양성 사업”을 명시했다.
“사실확인 활동 활성화”가 적시됐지만 팩트체크 분야에선 우려가 나온다. 팩트체크에 대한 정부 지원은 그 자체로 독립성 침해 요인이고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모순이란 것이다. 현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이사인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망법엔 ‘인력양성 사업’은 없었는데 시행령에 들어갔다. 정부가 팩트체크 단체나 인력을 양성한다는 걸로 보이는데 운영 면에서 기관 숨통은 트일 수 있지만 세금이 쓰인 사업에 정부나 국회가 검증을 하고 ‘편향돼 있다, 예산을 끊어라’ 할 때 지속되기 어렵다. 돈을 쓰는 쪽도 눈치 볼 텐데 독립성이 보장되겠나”라고 했다.
이어 “지난 10여년 진보·보수정부 모두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통제하려 한 이력이 있고 정치인들이 사실검증 개입 욕망을 버리긴 어렵다. 정부의 진흥이 팩트체크를 정치적 오용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했다. 방미통위는 “지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방침이 일관되게 적용되리란 보장이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 지원으로 출범한 ‘팩트체크넷’은 편향성 시비 끝에 폐지됐다. 네이버 지원으로 운영됐던 SNU팩트체크는 국민의힘의 ‘좌편향’ 공격 후 플랫폼 지원 삭감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미흡한 설계, 충돌하는 규정
‘사실확인 단체 자격’에 대한 제도 설계 미흡도 지적된다. 방미통위는 협약 체결 여부는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사실확인 단체를 IFCN 인증사로 한정했다. 플랫폼이 인증 없는 단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순 있지만 지원은 인증사로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 IFCN 인증사는 JTBC가 유일하며 TV조선, 단비뉴스, 빠띠 등이 심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IFCN 심사 항목에서 정부의 지원 등은 독립성을 보는 요건이다. IFCN 인증사여야 사실확인 단체가 될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정부 지원이 IFCN 인증 자격을 박탈하는 상황을 낳을 수 있다. 자율에 맡길 영역을 무리하게 법제화하며 고려되지 못한 지점이다.
정 교수는 “IFCN 인증을 받으려면 6가지 카테고리 31개 항목에 증거자료와 함께 답변해야 한다. 정부, 정당, 정치인에 의한 결과물 영향 여부를 답해야 하고, 펀딩을 받으면 리포트 해야 한다. 매년 갱신해야 하는데 늘 안 되는 기관이 생긴다”며 “협약을 맺은 사실확인 단체가 팩트체크 보고서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게 한 조항이 있는데 투명성이란 의도와 달리 팩트체크 기관으로선 에디토리얼 침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사실확인 단체 자격과 투명성센터 역할 범위를 규정한 조항은 해석에 있어 혼란도 낳는다. 망법은 사실확인 단체를 “국제적인 사실확인 절차에 관한 규범을 준수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시행령과 고시에선 ‘IFCN 원칙 강령’을 자격으로 했다. 방미통위는 가이드라인에서 IFCN 인증을 자격 요건으로 설명하지만 ‘규범이나 원칙 준수’ 표현이 인증을 필수로 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
◇유예없이 시행… 플랫폼 현장 혼란 극심
법 개정 당시 민간기업이 온라인 허위조작정보 신고시 논란을 피하고자 삭제·차단을 우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플랫폼 사업자로선 자칫 특정 게시물 삭제 등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 침해 당사자나 정쟁 도구가 될 여건에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가이드라인 기반으로 서비스 운영정책을 정비했지만 혼란이 여전하다. 방미통위 등에선 “허위조작정보 판단 기준은 사업자가 정하도록 돼 있다”는 입장만 반복해 판단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고, 사실확인 단체와 협약 등 대응은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플랫폼 한 관계자는 “일단 KISO 가이드와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를 기준으로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예산 미편성으로 투명성센터는 설치되지 못했다. 방미통위는 “금년 예산이 반영이 안 돼 당장은 투명성센터 구축·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온라인 유통 정보 전반을 규율 대상으로 삼는 망법에 ‘입틀막’ 우려가 나오는 한편, 4·16재단이나 5·18기념재단 등에선 혐오차별 요건이 너무 엄격해 법 적용 대상 플랫폼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법 시행 전 업로드 됐지만 지금도 유통되는 콘텐츠 신고에 대한 플랫폼 조치나 가중 손해배상 대상 여부 등 예상치 못한 논란도 이미 벌어졌다. 방미통위는 향후 제도 보완에 대한 본보 질의에 “시행 결과를 살펴보면서 필요한 경우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 보완도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