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러온 신냉전시대

[이슈 인사이드 | IT] 최연진 한국일보 IT전문기자

챗GPT를 통해 생성한 주요 AI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로고 모음.

인공지능(AI) 업계에서 자주 참고하는 것이 미국의 오픈라우터 집계다. 오픈라우터는 각 AI의 성능을 비교하고 사용량 등을 측정해 주간 단위로 순위를 발표한다.


최근 오픈라우터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중국 AI의 독주다. 8월 첫째 주 연결 프로그램(API) 호출 기준으로 상위 5개 AI가 모두 중국산이다. 1위에 오른 ‘딥시크 V4 플래시’를 비롯해 샤오미의 ‘미모 V2.5’, 텐센트의 ‘훈위안3’, ‘딥시크 V4 프로’, 지푸의 ‘GLM 5.2’ 등 중국산 AI가 벌써 3개월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주목할 것은 API 호출 기준이다. API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외부 프로그램을 연결할 때 사용한다. 오픈라우터의 API 호출량 기준으로 세계 1위 AI라면 전 세계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에 개발 과정에 해당 AI를 가장 많이 사용했거나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해당 AI를 가장 많이 연결해 놓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반 이용자들보다 이용량(토큰)이 더 많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오픈라우터에서 집계한 중국 AI들의 토큰 이용량 합계는 약 28조 개로 미국 AI들의 합계치 4.4조 개보다 약 7배 가까이 많다.


중국 AI가 무섭게 치고 나가는 비결은 가성비에서 찾을 수 있다. 딥시크가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중국산 AI는 낮은 비용에 비해 성능이 괜찮다는 평가였지만 요즘 중국산 AI는 뛰어난 성능에 가격까지 저렴하다는 식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딥시크가 가격 인상을 예고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딥시크 V4 플래시’의 이용료는 토큰 100만 개당 0.14달러다. 같은 이용량 기준으로 5달러를 받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5’나 2.5달러를 부과하는 오픈AI의 ‘GPT-4o’ 대비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딥시크가 AI 산업에 죽음의 지역(데스존)을 만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싼 대신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고가 시장은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같은 거대 AI 기업들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중국산 AI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장악하면서 중간에 낀 어중간한 AI 기업들이 도태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AI를 규제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는 반문도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중국 AI 견제가 별로 통하지 않고 있다. 미국 기업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국 AI를 사용하는 곳들이 의외로 많다.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지만 미국 기업들이 비용을 생각하면 성능이 좋으면서 저렴한 중국 AI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데이터 유출을 꺼리는 중요 업무에 미국 AI를 사용하고 비교적 간단한 일에 중국 AI를 병행하는 미국 기업들이 많다. 5일 한국 진출 기자간담회를 한 캐나다 AI 업체 코히어의 프랭크 오다우드 사업총괄(CRO)도 “간단한 일을 하는데 굳이 비싼 AI를 사용해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며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되면 AI 산업에도 양극화가 심해지며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 낀 다른 AI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 수 있다. 결국 과거 냉전 시대의 실리 외교처럼 정부나 기업들도 AI 분야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쏠림 현상은 AI 산업에서도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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