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저널리즘은 2가지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나는 언론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에서 오는 외부적 위협이고, 다른 하나는 기자들이 AI의 편의성에 기대어 저널리즘의 본질을 잃게 되는 내부적 위협입니다.”
독일 라이프니츠 미디어연구소/한스 브레도프 연구소(HBI)의 비프겐 로젠 선임연구원(함부르크 대학교 교수), 안토니아 아이헤나우어 연구원, 요나 베름터 연구원은 ‘뉴스의 자동화와 저널리즘 자율성’ 연구에 한창이다. 독일연구재단과 오스트리아과학기금이 지원하는 ‘소통형 AI(Communicative AI·ComAI)’ 연구그룹이 수행하는 10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소통형 AI가 저널리즘의 자율성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 주제다. 7월10일(현지 시각) 독일 함부르크 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요나 베름터 연구원은 “기자들은 이미 자율성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며 “AI가 기사를 쓰는 시대에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변화에 적응해 자신을 재창조하는 능력 자체가 자율성의 표현일 수 있다”고 했다.
베름터 연구원이 보기에 저널리즘의 자율성을 위협하는 요소는 언론계 안팎에서 작동한다. 그는 저널리즘이 마주한 외부적 위협으로 구글, 앤트로픽,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을 꼽으며 “이들 기업이 AI 오버뷰(AI Overviews)나 챗봇을 언론 기사와 독자 사이에 배치함으로써 언론사가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직접적인 접근을 차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감자칩 봉지’에 비유한 한 기자의 얘기를 들어 내부적 위협을 설명했다. “감자칩 봉지를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어 다 비우게 되죠. 기자가 기술에 완전히 의존하게 되면 자신의 직업에서 얻는 진정한 의미와 자율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AI 대응 전략으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기자의 고유한 영역을 강조한다. 예컨대 깊이 있는 탐사보도를 하거나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베름터는 인간 기자의 고유성은 저널리즘의 자율성을 지키는 중요한 토대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불충분하다며 인간이 AI를 활용해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이전보다 능력을 더 높일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저널리즘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에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남으려면 경제적 생존이 필수적”이라며 “인간 기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AI를 통한 효율성 증대가 반드시 공존해야 한다”고 했다.
베름터 연구원은 AI 활용의 한 사례로 정적인 기사 형태를 넘어 독자가 기사에 질문을 던지고 더 깊이 빠져들 수 있게 하는 ‘리퀴드 콘텐츠(Liquid content)’ 형태를 제안했다. “사람들은 기사를 읽고 싶어 하고, 듣고 싶기도 하고, 영상으로 보고 싶어 하기도 하죠. 언론이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 미디어가 쏟아내는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가시성을 유지하고 소비되려면 대중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베름터는 AI가 인간을 위협해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AI가 업무를 대신해 인간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준다는 관점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AI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한다거나 저널리즘의 본질을 성찰하는 기회를 얻는다는 관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AI가 저널리즘의 핵심 역할을 돕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