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에서 핀 꽃, 이제는 토양을 바꿀 때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우리 유소년 스포츠를 보면 가끔 묘한 장면을 마주한다. 환경은 척박한데, 선수들은 계속 꽃을 피운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강호 프랑스와 비기고 마지막 경기에서 에콰도르를 3대 2로 꺾으며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만에서는 18세 이하 야구대표팀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2대 0으로 꺾고 8년만에 정상을 탈환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대회 최다 우승국(6회)까지 됐다. 박수받아 마땅한 성과지만, 냉정히 보면 이는 시스템의 결실이라기보다 개인 기량이 척박한 환경을 뚫고 만든 결과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체육계는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이 재능들을 제대로 키워내고 있는가.’

여자 U-20 대표팀이 13일(한국 시각)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FIFA U-20 여자 월드컵 2026’ C조 최종 3차전에서 3대 2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척박한 환경의 실체는 지난달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고등학교 저학년 선수들은 1년에 많아야 3경기밖에 뛸 수 없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도 문제다. 혹시라도 대회에서 일찍 떨어지게 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대회에서 승승장구해도 입시 기간 때문에 짧은 시간에 경기를 몰아서 뛰어 부상 우려도 크다. 경기 수도, 대회도 적지만 뛸 수 있는 운동장 자체가 적은 것도 성장의 기회를 뺏고 있다. 그나마 인프라가 잘 구축된 편인 축구만 해도 이런데, 다른 종목의 상황은 더 나을 것이 없다. 이것이 한국 학교체육의 현실이다.


북중미 월드컵 참사 이후 개혁의 칼을 빼든 정부가 진짜 집중해야 할 곳도 여기에 있다.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해 많은 병폐가 있는 체육 단체들의 조직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소년 선수들이 마음 놓고 더 많이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본질적이고 시급한 과제다. 성적 지상주의적 입시 구조와 학기 중 대회 제한처럼 제도 개혁은 물론, 학교 운동장과 공공 체육시설 확충, 유소년 대회와 리그를 정비하고 혹서·혹한기 경기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지도자 교육과 처우 개선, 저소득층 선수에 대한 비용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결국 두 대회의 성과는 “환경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다. 지도자와 선수 개인의 헌신에 기대는 성공 방정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유소년 스포츠는 성인 국가대표의 성적을 위한 부속품이 아니다. 꿈의 무대인 월드컵과 올림픽의 성공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이 나온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더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재능은 얼마나 많았을까. 우리에게는 이미 꽃을 피우고 있는 유망주들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좋은 씨앗이 아니다. 척박한 땅을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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