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부터 '전두환'까지… 대통령 스스로 문제 만든다

[이슈 분석] 이 대통령, 언론 보도에 공개 사과 요구하며 논란 증폭

‘크게’ 두 글자에서 시작된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글이 엿새 만에 ‘전두환’까지 불러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에 대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두고 언론과 시민단체,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들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주의)을 문제 삼으며 전두환을 언급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장 부정의했던 전두환이 정의사회 구현을 외치니 정의나 정의사회라는 말 자체가 오염되고 말았다”면서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도덕적 구호를 앞세우기보다 액면과 실질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판 여론에 대해 사과나 해명 대신 일일이 반박하며 논란을 키우는 일이 반복되면서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잦은 SNS 활동과 공격적인 발언들로 연일 논란을 빚고 있다. 공개 발언과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에 해명하거나 사과하기보다는 일일이 반박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논쟁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과 엑스(X) 게시글.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번 사태는 10월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일)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받은 임금을) 전부 다 (본국에) 송금해 버리니까”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은 같은 날 이 발언에 대한 이주노동자 단체들의 지적을 담아 비판 기사를 썼다. 제목은 <“외국인 노동자, 국가 경제에 도움 안 돼”…이 대통령 발언 비판 쇄도>였다. 같은 날 밤 대통령은 엑스에 이 기사를 공유하며 “‘도움이 안 된다’는 말과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크게’ 차이가 있다. 기사 정정하시고 사과할 것으로 믿는다”고 적었다.


지적 이후 한겨레는 28일 새벽 기사 제목에 ‘크게’를 추가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다시 엑스에 글을 올려 “기사 제목을 바꿨으면 왜 바꿨는지 밝히고 기사를 고칠 만큼 잘못 했으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라고 썼다. 이틀 연속 해당 기사를 공개 지적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 낸 성명에서 “대통령이 해명해야 할 사안을 언론이 사과해야 할 사안으로 뒤집으려는 책임 전가”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당연히 언론과 시민사회의 검증과 비판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같은 날 “언론에 화풀이하지 말라”고 논평했고, 오픈넷 등 언론·인권단체 5곳도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언론에 좌표를 찍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은 이주노동자에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은 28일 다문화가족 산모의 공공 산후조리원 우선 입소를 비판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공유하며 “다문화가족 우대제도 폐지가 필요한지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또 30일엔 한국일보의 단독 기사를 공유하며 “국가행정은 공정성이 핵심 가치이고 양의 다과와 무관하다. 소액 소량이라고 불공정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국일보가 다문화가족의 실제 우대 제도 이용률이 2.7%에 불과해 내국인 역차별로 보기엔 무리라고 지적하자 항변한 것이다.


언론은 대통령 발언에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경향신문·국민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 등 7개 종합일간지는 10월29일부터 닷새간 9차례에 걸쳐 사설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자칫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자극하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고, 중앙일보도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차별 시비를 자초하면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2일 사설에서 “자극적인 단어 사용이나 공격적 반박 같은 소통 방식이 갈등과 오해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비판한 데 이어 3일 신문에서도 1면과 4면 머리기사 등을 통해 대통령 발언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대통령이 언론 보도를 공개적으로 지목해 사과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월엔 대통령이 ‘조폭 연루설’을 최초 보도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를 향해 사과를 요구해 SBS가 8년 만에 공식 사과한 적이 있고, 4월엔 동아일보의 ‘대장동 개발 의혹’ 기사가 2023년 한국신문상을 받은 소식을 새삼 알리며 수상 취소와 사과,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언론 보도를 저격하는 글은 자칫 언론을 위축시킬 수 있어 자제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기사를 쓴 당사자나 매체 입장에선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 정치가 팬덤화돼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좌표 찍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언론을 거론하는 형태의 글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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