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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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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구독료 인하 신문전체에 부정적
‘구체적 경제프로젝트 추진’북한 도와야
“기협, 언론사 경영진에 강도 높은 비판해야”
2일 오전 10시 조선일보 6층 회의실. 방상훈 사장은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훤칠한 키에 몸무게가 꽤 나가 보이는 건장한 체구였다. 인터뷰는 경영기획실 이상철 실장과 이한우 기자(전 논설위원)가 배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방 사장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친일문제 등 다소 껄끄러운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을 했다. 하지만 4대에 걸친 ‘신문가업’에 대한 중압감 때문인지 아들문제(현재 조선 수습기자)에 대한 언급은 몇 차례 수정을 요구했다.
5일 조선일보 창간 84주년을 맞아 진행된 방 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타 매체들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데요.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한국기자협회에 대해 한 말씀해주시죠.
=기자협회는 기자들의 권익을 위해 본연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언론자유와 언론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뷰 요청소식을 접하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기자협회에서는 언론사 경영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영도 잘하고 신문도 잘됩니다. 하지만 사람감정까지 후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억지비판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매서운 비판이어야 합니다.
-최근 신문시장에서 ‘변화의 경쟁’이 일고 있습니다. 무료신문, 인터넷언론 등의 등장으로 기존 신문의 독자시장과 광고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처하는 조선일보의 향후 비전은 무엇입니까.
=맞습니다. 말 그대로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교육, 의료까지 개방되는 시대에, 언론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질적으로 높고 정제된 컨텐츠는 앞으로 신문을 평가하는 새로운 잣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도 그에 맞도록 바꿔 나갈 것입니다.
특히 국민들이 신문이 가진 질 좋은 컨텐츠를 자유롭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그 전달 수단과 방법이 자유롭게 개방되어야 합니다. ‘이건 할 수 있고, 이건 해선 안 된다’는 식으로 법으로 가로 막고 해서는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글로벌 기준에 따라 언론에 대한 제반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보다 빠르고, 보다 수준 높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의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는 앞으로 엔터테인먼트나 다른 오락성 컨텐츠보다는 뉴스컨텐츠를 중심으로 뉴스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중앙일보가 구독료인하 선언을 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경향, 한국 등 다른 신문들도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합니다. 또 각 신문사 지국들은 회사방침과 관계없이 구독료 인하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파장이 큽니다.
특히 방 사장은 중앙일보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의 변화에 대한 생각과 구독료 인하에 대한 조선일보의 입장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향후 신문시장을 위해 어떻게 가야 바람직하다고 보는지요.
=다른 신문사의 변화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쟁자가 없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중앙일보의 변화는 우리 신문사와 동아일보의 발전에도 좋은 자극제 역할을 하면서 도움을 줄 것입니다.
다만 구독료 인하는 한국 신문의 장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신문 값은 적어도 종이 원가는 빠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덤핑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신문 값이 종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신문이나 지방 신문들은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구독료 인하로 인해 작은 규모의 신문들이나, 지방신문들이 더욱 위축될 경우, 중앙과 지방언론의 균형적 성장과 의견의 다양성 확보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있는 우리도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지요.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 “조선일보도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나 의약품을 지원해야 된다”고 했었는데, 현재 북한을 보는 시각과 함께 향후 바람직한 남북관계는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인간 이하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에 대해선 지금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도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일관된 저의 지론입니다. 또한 조선일보의 변함없는 입장 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북한주민들을 돕는 일에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설 자세가 되어있습니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마치 대북화해정책이나 대화정책을 전면 반대한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북한의 개혁 개방은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봉책에 불과한 현금이나 현물지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제프로젝트와 연결해서 북한의 구조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햇볕정책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한반도를 위기나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피곤할 정도로 대립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마치 ‘맞짱’을 뜨듯이 말입니다. 정부의 언론정책뿐만 아니라 언론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언론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건강한 정부라면 소금을 뿌려도 따갑지 않고, 촛불을 켜도 눈부시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의 소금과 빛 기능에 정부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신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TV 매체들, 절대 다수의 신문, 각종 인터넷 매체의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는 정권이 ‘언론 때문에’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너무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느껴집니다.
물론 우리 언론도 자성을 해야겠지요. 국익과 국민 개개인의 인권과 권익을 항상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만약 잘못된 기사를 썼다면, 과감하게 오보를 정정하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과거의 개념과 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언론탄압은 오늘날 거의 없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 대한 정부나 권력기관들의 과도한 명예훼손 소송도 넓은 의미의 언론탄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행히 노무현대통령이 최근 언론에 대해 조금씩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사실이고 진심이라면 그것을 계기로 언론과 권력간에 서로 피곤한 긴장관계를 풀어야 합니다. 밝고 건강한 긴장관계가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만나실 의향은 없는지요. 또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노 대통령이 우리를 만나길 싫어할 걸요.(웃음) 사실 우리를 보듬는 것이 국민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진솔하게 흉금을 터놓는 자리가 있으면 혜안들이 나오겠지요. 사실 진지하게 이야기 하려면 사진 찍고 배석자 없이 우리가 본 것을 말하고 그분의 말을 듣고 해야 합니다. 속내를 드러내고 이야기 하자는 것입니다.
그분에게 한마디 한다면 “지금은 경제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대통령이 발 벗고 뛰면 언론도, 국민도 모두 뜁니다. 마치 사장이 뛰면 사원들이 뛰듯이 말입니다. 이것이 젊은 실업자들과 400만 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길입니다.
-일제하 조선일보의 친일 행적과 관련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조선일보의 친일행각에 대해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물론 당시 창업주인 계초 방응모사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에게 해방직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지면을 할애 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설 등을 통해 일황을 찬양하고, 학도병의 전쟁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제 이념대립이 아니라 미래한국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좌도 우도 변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역사는 지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내가 일제시대에 신문경영자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가끔 생각해 봅니다. ‘조선일보80년社史’에도 나와 있듯이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행적에 대해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초께서는 일제치하에서 끝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으며, 백범선생이 만든 한독당에서 중앙상무위원을 맡기도 했습니다. 특정 세력들이 특정 의도를 가진 시각으로 부분의 역사만 재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선일보 전체의 역사를 놓고 연구한 비판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친일행적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공개할 것입니다. 연구결과는 우리가 평가하지 않고, 보는 사람이 직접 평가하게 할 것입니다.
-신문경영 원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그건 아주 간명합니다. 신문사도 기업이기 때문에 무조건 적자를 내선 안 됩니다. 또한 신문사는 기업이면서도 공익성을 요구받습니다. 그래서 수익성과 공익성이 충돌하는 상황이 오면 당연히 공익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기업인들이야 이윤추구만을 해도 그것이 애국의 길이지만, 언론 경영인은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겠지요.
-현재 장남인 방준오씨가 수습기자인데 부담은 없는지, 그리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글쎄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테고... 다만 그 아이가 기자가 얼마나 어려운 직업인지 현장에서 맞부딪히면서 직접 몸과 머리로 경험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아직까지는 본인이 특별히 힘들다는 이야기는 안했습니다.
-학창시절 별명이나 음주량, 독서량 등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학창시절 몸무게가 108kg까지 나갔기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뚱보’란 별명을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나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술 잘하는 거야 이미 언론계에 알려진 사실이고, 독서의 경우 책벌레는 아니고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해야 할 때 관련서적들을 모아서 집중적으로 읽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IPI(국제언론인협회) 등으로 해외출장이 잦은데 가능하면 베스트셀러들을 가져갑니다. 대부분 다 읽고 옵니다. 집사람과 영화도 자주 보러 가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