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90) 오늘도 감사합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결국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3년 동안 나름 잘 피해왔다고 생각해 왔는데 말입니다. 겨울철 재유행이라는 말을 뼛속 깊이 체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태가 나빠져 취재로만 접했던 음압병동에 실제로 입원했습니다.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혜민병원이라는 곳입니다. 보건소에 병상 요청 전화를 걸고 구급차가 도달할 때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
[뷰파인더 너머] (89) 특별한 유니폼 옆에 핀 무지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무지개는 비가 그친 다음 공기 중에 남아있는 물방울이 햇빛과 만나 생길 수 있다. 연중 비가 내리지 않는 중동 하늘에 무지개가 모습을 드러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카타르에 무지개가 겨우 피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25일 조별리그 2차전부터 성소수자 차별 금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무지개 모자와 깃발 등을 경기장에 들고 올…
[뷰파인더 너머] (88) 국화꽃 향기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계절의 문턱에서 서늘한 밤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국화꽃 향기가 그날의 비극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청춘들의 들뜬 분위기로 차올랐던 가을밤 축제의 거리는 이제 무거운 침묵으로 가라앉아있습니다. 참사 소식이 전해진 뒤 이곳 이태원은 지금도 수많은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소 고인과 일면식 한번 없던 이들도 국화 한 송이와 소주 한 병을 거리
[뷰파인더 너머] (87) 뱅크시가 다녀갔을까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뱅크시(Banksy)로 알려진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는 얼굴이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인 그래피티 작품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건물 벽, 지하도, 담벼락, 물탱크 등에 낙서처럼 그림을 그려놓고 사라지지만 꽃다발을 던지는 남자(2003년)나 풍선과 소녀(2006년) 등 전쟁이나 폭력, 테러에 반대하는 등 세상의 부조리에 대
[뷰파인더 너머] (86) 두 날개의 새가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씨앗은 겨우 쌀 한 톨 만해서 다람쥐를 부를 재간도 없고, 새를 불러들일 맛난 열매는 더더욱 아닙니다. 스스로 떠날 길을 찾는 수밖에. 진화를 거듭하다 씨앗에 떡하니 날개를 달았습니다.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단풍이 질 무렵 깃털처럼 가벼워진 씨앗이 찬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팽그르르~. 씨앗 하나에 날개도 하나. 비대칭의 외날개지만 비행술은 가히 예
[뷰파인더 너머] (85) 파란 하늘을 보았니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사진기자로 일하다 보면 날씨에 꽤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봄에는 꽃, 여름엔 폭염,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 스케치 등 사계절이 매년 돌아올 때마다 날씨와 관련된 취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늘 야외에서 취재 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가을을 알리는 서늘한 바람이 몸에 스며들 때를 가장 먼저 알아채곤 하지요.이 사진이 찍힌
[뷰파인더 너머] (84) 더 뜨거워진 '대~한민국!'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1년 5개월 만에 큰 함성이 경기장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달부터 50인 이상이 모이는 야외 집회나 경기 등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자율로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지침이 적용된 첫날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을 찾은 어린 붉은 악마들은 마스크를 손에 쥐고 열심히 한국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2022
[뷰파인더 너머] (83) 나라사랑 합시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도심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습니다. 나라 걱정에 궂은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서울 세종대로에 집결했던 보수단체의 집회 직후였습니다. 연신 애국을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던 이들이 집회가 끝나자 도구로써 쓰임이 다한 국기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입니다.대한민국 국기법(법률 제12342호)에는 여
[뷰파인더 너머] (82) 저만치 가을이 오네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가을의 저녁 무렵.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하늘마당에 친구, 연인,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습니다. 돗자리 위에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기도 하고 몸을 누이며 가을밤을 즐기고 있습니다.풀 섶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는 평온한 가을밤입니다. 아무래도 오롯이…
[뷰파인더 너머] (81) 그 곳은 '바다의 시작'이었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쓰레기통이 안 보인다더니 그만 그곳에 툭 던져졌습니다. 하나둘, 하얗게,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 이윽고 때가 왔습니다. 억수 같은 폭우에, 콸콸 쏟아진 빗물에 정신없이 떠내려갔습니다. 넘쳐 난 하수구를 탈출하고 범람한 강물에 휩쓸려 다다른 곳. 그곳은 바다였습니다. 담배꽁초 필터 주 성분은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일종의 플라스틱 인공 섬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