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사회 문제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현장에선 이게 문제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바뀌지 않다가 그 문제로 사람이 죽고 나면 화제가 되곤 합니다. 그때 지원이 늘어나고 체계가 조금씩 갖춰지죠. 그렇게 관심을 받는 기간도 짧습니다. 다시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반향이 없는 시기가 오죠. 그러다 다시 사람이 죽으면 조금씩 진전이 있어요. 얼마나 더 죽어야 하죠? 사람이 죽기 전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나요?2014년 4월 한겨레 기자로서 아동학대 사건을 취재하며 만난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인터뷰 답변이었다. 이 발언을 접하고 그날로 기자로서 평생의 출입처를…
비마이너, 뉴스민, 그리고 참세상
지난 14일,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전국 67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뉴스타파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뉴스타파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는 높아져 이제는 폐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 광고 없이 시민 후원으로 운영되는 뉴스타파를 돈으로 겁박할 수 없으니 언론사 지위를 박탈하려는 것이다.그러나 정부가 굳이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아도 독립언론은 제 스스로 무너져 왔다. 18년을 버텨온 민중언론 참세상(월간지 워커스
개소리로 거짓말을 때려잡겠다는 시대?
고민정 의원님, 제가 이건 국무위원으로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동관씨가 뭡니까. 지난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 보도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내 지식을 의심했다.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무위원이란 사실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우리 헌법 88조 2항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각 부처의 장관들이 국무위원의 역할을 맡고 있다. 국무위원만이 행정 각 부의 장관이 될 수 있을…
포스트 포털을 위한 제3의 길
캐나다 정부는 9월1일 온라인 뉴스법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술 기업이 플랫폼에 공유된 뉴스 콘텐츠 비용을 언론사에 지급하는 것이다. 구글은 법안을 링크세라고 비판하며 규정이 발효되면 자사 플랫폼에서 뉴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는 이미 지난달부터 플랫폼에서 뉴스 링크와 공유를 적극 차단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캐나다 소셜 미디어는 국내 및 해외 모든 뉴스 링크가 차단된 뉴스 사막 상태다.기술 기업들이 뉴스를 차단하겠다는 주장이 허풍에 불과하고 머지않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우리가 함께 써 나갈 '엔딩 크레딧'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앉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아주 오래된 이 가요를 요즘 자주 흥얼거린다. 오는 9월1일 출범할 어떤 노동인권단체를 함께 준비하고 있어서다.이 단체에 모이게 될 이들은 각자 하는 업무와 일하는 장소가 다르고,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다. 노동조건도 천차만별이다. 다만 이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리고 방송 제작 현장에서 수시로 맞닥뜨린 억압과 차별, 부당한 현실을 더디더라도 바로잡겠다는 하나의 목표 아래 뭉쳤다.이 단체 이름은 방송을 만드는 이들의…
돌아올 '실세'에 시계는 거꾸로 간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동관이라니, 기억을 끄집어냈다. 이 후보는 MB정부 시기에 청와대 홍보수석과 언론특보 등으로 활약하면서 언론 탄압과 장악을 주도해 언론공작 기술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18일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지명 철회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민언련도 함께 투쟁 의지를 밝히고 있다.이 후보에 대해서는 자녀 학교폭력 문제까지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그게 아니라도 그가 임명돼선 안 되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이 후보는 MB정부 선봉
정부광고 지표 공백시대
또다시 정부 광고 집행기준으로 시끄럽다. 지난 2020년 ABC부수공사 조작 폭로 후 2022년 도입된 대체기준이 채 2년도 되지 않아서 활용 중지되었다. 예견된 사태지만, 정부 광고 집행기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매체 영향력을 TV와 라디오, 인터넷에서는 시청률과 청취율, 접속률을 활용하고, 신문이나 잡지는 구독률과 도달률, 열독률을 활용한다. 도달률은 신문 구독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해당 매체를 돌려 읽었는가를 측정하고, 열독률은 국민 가운데 지난 1년간 어떤 제호의 신문을 읽었는지 묻는다.대표적 지표인 ABC부수공사는 인쇄공
갈등 사안 보도, 조금만 차분하면 안 될까?
이 글은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찬반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재난이나 갈등을 다루는 방식, 자세에 관한 얘기다. 논란의 오염수 방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지난 6월부터 수산업계가 침체에 빠졌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오염수에 불안을 느껴 수산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수산시장 상인은 원전 물을 틀었어야 원전이고 말고 하지라며 시기적으로 장사가 안 될 때라는데 기사는 원전 오염수 영향이라고 했다.이성적 얘기보다는 자극적 주장에 더 귀가 솔깃한 법이다. 그러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한국…
버스와 지하철 앞에 선 장애인의 정치
비영리 독립언론을 규정하는 가장 큰 부분은 정부와 자본으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이다. 언론이 정부와 자본이 물린 돈의 재갈로 인해 제대로 된 권력 감시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독립언론의 필요충분조건인가.독립언론에는 하나의 역할이 더 요청된다. 이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져 온 이슈에 대한 감각을 전복하는 것이다. 해일이 밀려오는 데 조개만 줍고 있냐는 말이 있다. 대의론을 역설하는 말인데, 해일을 경험한 조개의 이야기는 왜 중요하지 않은가.주류언론에는 존재론적인 한계가 있다. 한국언론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로 지적되는…
뉴스 신뢰도와 언론의 공정성
지난 6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간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이 나왔다. 이 보고서에서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당연히 뉴스 신뢰도다. 뉴스 신뢰도는 대부분의 뉴스를 대체로 신뢰한다는 비율을 이른다.이 보고서가 다룬 조사대상 46개국 중 우리 언론은 28%로 대만과 함께 42위를 기록했다. 2021년 32%(38위)에서 2022년 30%(40위)로 떨어진 것에 이어 다시 2%가 하락했으며 순위 역시 두 단계 떨어졌다. 우리보다 낮은 신뢰도를 보인 곳은 슬로바키아(27%), 헝가리(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