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은 원래 그래'라는 말
과, 팀별로 부서원들만 밥값을 갹출하고 순번을 정해 (실)국장, 과장님들 식사를 챙겨요. 실,국(과)장 모시기라고 하죠.얼마 전 모 광역시 공무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조사하면서 접한 이야기다. 지난해 7월 대전시 9급 공무원이 부당지시, 각종 허드렛일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공직사회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그런데 왠지 모신다는 표현이 익숙했다. 불현듯 공인노무사가 되기 전 신문 기자로서 각종 정부 부처를 출입하던 시절의 몇몇 장면이 소환되었다. 기자실에서 기사를 마감하고…
'언론'과 '노동'은 화해할 수 있을까
지난해 충북민언련에 와서 진행한 첫 사업은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기획강연이었다. 언론노동계 관련자들과 언론의 노동 보도 행태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았다. 언론의 노동 문제 왜곡축소는 오래 지적돼왔다. 한국사회 전반에 반노동 정서가 짙게 깔리고 노동 문제가 주변화된 데 언론이 크게 일조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충북은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 특성상 각종 공장이 밀집해 다양한 형태의 사고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때문에 제대로 된 노동 보도는 더욱 중요한데 대다수 언론이 자본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게 현실이다.강연 기획…
누가 신문을 읽었다 하는가?
한국ABC협회 사태가 발생하자 미디어비평지와 방송은 해외로 팔려나가서 포장지로 유통되거나 계란판 생산에 쓰이는 잔지 실태를 폭로했다. 자연스럽게 등장한 질문이 누가 신문을 읽는가?였다.지난해 12월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신문잡지 이용자조사 결과에서 만 19세 이상 국민의 13.2%가 지난 1주일 동안 장소와 관계없이 평균 4.0일, 하루 평균 13.9분 동안 종이신문을 읽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신문을 읽은 장소로는 가정(69.9%)이 직장이나 학교(20.0%), 식당은행(5.8%), 자신이나 가족이 운영하
기후 편집국을 두자
언론의 취재 부서와 인력은 이슈의 중요도 변화에 맞춰 바뀐다. 누가 변화를 먼저 포착해 이슈를 선점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지가 결국 언론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기도 한다.몇 년 새 기후변화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단순히 과학과 날씨의 문제였던 기후변화는 이제 산업과 정치안보, 심지어 종교와 문화의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자연히 기후변화는 환경 출입처에서만 다룰 수 없는 이슈가 됐다.여러 변화들이 시도됐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부터 기후팀을 신설해 80여명의 취재인력을 보유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별도 기후 섹션을 개설해 관련 의제를…
먼저, 기자를 구하라
직장에서의 탈진(burnout) 현상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인 질병 분류체계에 포함된 것은 2019년이다.탈진 연구자들은 탈진의 주요 원인을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지속불가능한 업무량. 둘째,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인지. 셋째, 노력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 넷째, (자신을) 지지하는 공동체의 결여. 다섯째, 공정성의 결여. 여섯째, 가치(value)와 기술(skill)의 부적당한 결합.이제 이 여섯 가지 요인들을 기자들의 삶에 대입해 보자. 첫째, 업무량.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일하고 있나? 둘째, 통제
베를린이 주택 사회화하는 동안 한국은 뭐했대?
지난가을, 베를린에서는 주택 사회화에 대한 시민 투표가 열렸다. 거대 부동산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장기적으로 베를린시가 사회주택으로 다시 사회화시키는 것에 대한 투표였다. 이 투표를 통해, 베를린의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아주 강력한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됐다. 시민들은 집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는데, 정치와 제도는 그 흐름에 어떻게 발맞춰갈 것인가? 베를린 정치는 집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답을 더 이상 유예하기 어렵게 됐다.베를린의
언론사 혁신보고서가 실패하는 이유
2014년 5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기점으로, 국내 여러 언론사들도 여러 혁신보고서를 냈다. 읽어보니, 보고서대로 하면 그 언론사는 대한민국 최고 언론사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후 잘 됐다는 소식은 별로 못 들었다.가장 큰 이유는 대외적 환경이 점점 나빠졌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선 어떤 펀드매니저도 고수익 내기 힘든 것처럼. 그러나 내부 요인도 적지 않다고 본다. 출발은 대개 보고서 쓴 사람과 보고서 행할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단기에 성과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내 임기내, 또는 오너 실망하기 전에, 결과를 보려 하니
한국과 일본 보도의 온도 차이
최근 일본 지인들과 연락하면 한국은 코로나가 심각한 것 같은데 괜찮아요? 라고 걱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화제가 된 모양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0명대까지 늘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예상 범위 내인 것 같다.일본은 8월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5000명을 넘었는데 최근 들어 급감해서 100명대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 급감의 원인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백신 접종률도 높은 한국에서 왜
구독 경제에 대한 오해
구독 경제가 유행이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뉴스 기업들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구독료에서 벌어들인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 성공 모델로 꼽히는 노르웨이 신문 산업의 구독 매출 비중은 2006년 45%에서 2019년 62%로 늘었지만 매출은 17% 줄었다. 뉴욕타임스의 구독 매출도 20%에서 80%로 증가하는 사이 총 매출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더 큰 문제는 구독 경제 피로감이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같은 구독할 매체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지출이 증가하자 절독 흐름이 시작됐다. 그래서 광고 모델 인기가 다시 상승 중이다.
편향성은 편향성대로 예산은 예산대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내년 서울시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TBS 출연금을 대폭 삭감해 논란이 됐다. TBS의 올해 총 예산은 515억원. 이중 서울시 출연금은 375억원이다. 전체 73%에 달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올해 대비 약 122억원을 삭감한 252억원을 내년도 출연금으로 책정했다. 서울시는 충격요법이라고 주장했다. TBS가 재단으로 독립한 만큼 서울시로부터 재정적으로도 독립해야 서울시를 비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측에서는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한다.서울시 출연금 삭감 관련 논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김어준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