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무엇인가
10년간을 이어온 영화 더 트립 시리즈가 트립 투 그리스(2020년)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아쉬움과 함께 왜 마지막 여행지가 그리스일까?라는 물음이 피어났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7관왕의 영국 국민배우 스티브 쿠건이 동갑내기 영국 코미디언 롭 브라이든과 함께 6일간의 미식여행을 떠나는 더 트립 시리즈는 2010년 트립 투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트립 투 이탈리아(2014년)를 거쳐 2017년 트립 투 스페인까지 이어졌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순으로 진행된 이들 여행의 마침표는 그리스에서 찍혔다.그리스를 고른…
"10년 부은 내 퇴직연금 계좌는 왜 이 모양인가"
얼마 전 퇴직연금 계좌를 열어봤더니 10년 넘게 부었는데 누적 수익률이 14%더라고. 물론 방치한 내 책임도 있지만, 연금 관리 회사는 그사이 연락 한 번 없었어. 수수료는 꼬박꼬박 떼가면서 말이지. 안 되겠다 싶어서, 유망하다는 펀드를 내가 직접 알아봐서 싹 갈아탔어.최근 만난 타 언론사 선배 기자 A가 열을 올렸다. 방치되고 있는 퇴직연금 기사를 줄기차게 써왔지만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상당수 언론사가 퇴직금제도에서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했음에도 무관심 속에 노후 자금을 원금보장형 저수익 상품에 묶어 두면서 퇴직연금이 노후 버팀목
노메달리스트에게도 박수를… 즐겨라, 코리아!
결국 하긴 한다. 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재작년 하반기 파견이 확정된 출장이 2년 가까이 흐른 2021년 7월에야 현실이 됐다. 개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취재기자들은 올림픽 하긴 하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 나도 궁금해란 답변을 보내기 일쑤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약 2시간 30분 거리의 일본 도쿄행이 이토록 멀고 험난할 지 이 곳에 와 있는 어느 누가 알았으랴.19일 한국선수단 본진과 같은 비행기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11시15분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오전 8시부터 공
검찰의 마법은 부활할 것인가?
검찰은 5년마다 마법에 걸린다. 2007년 12월11일자 주간경향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대선이 있는 해마다 검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선거 결과를 좌우했던 관행을 지적한 것이었다. 실제로 검찰은 1997년, 2002년 그리고 2007년까지 세 번 연속해서 대선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했다.1997년 대선 직전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측이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하지만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수사를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대중 후보는 악재를 피할 수 있었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
남북이 서로의 국호를 제대로 불러줄 때가 왔다
남북은 분단 이래 서로의 이름, 즉 국호(國號)를 제대로 불러준 적이 없다. 남쪽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ROK), 북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이라는 정식국호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상대방을 지칭할 때 이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서로를 적대시하고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관행에 따라 남쪽에서는 한국-북한이라 부르고, 북쪽에서는 조선-남조선이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북한을 북한이라 부르려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을 남한
남초 커뮤니티 밖에도 청년이 있다
언론들 대체 왜 그래요?지난 5월에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라는 책을 낸 뒤에, 20대 남성 논란 등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내겐 언론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졌다. 페미니즘 백래시 현상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는 보도가 많은데, 왜 그러느냐, 어떻게 해야 언론이 바뀌느냐 등의 내용이었다.그럴 때마다 포털에 종속된 산업구조, 조회 수 지상주의, 조직 내 젠더 감수성 미비 등 수많은 문제가 중첩되어있다며, 겨우 설명을 했지만 항상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해법이 무엇인지 제시하기가 현재로선 불가
기자는 세 가지 거짓말을 한다 :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숫자
얼마 전 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언론이 오보를 내보내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정정하거나 사과하는 데 인색하다는 건데, 그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10개 신문에 올해 들어 게재된 94건의 정정보도를 자체 분석했다. 이 중 59건은 자체 정정인데, 대부분 단순 오탈자나 오기(誤記)로 인한 것이고 나머지 35건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이나 법원 판결에 의한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라 설명했다. 그리곤 94건 중 300자 이상은 단 24건에 그쳐 진정성이 의심되고, 또 단 10건 만이 사과를 포함했다고 덧붙였다.편하
장마의 무한 변신, 올해는 어떤 얼굴로 찾아올까
지난달 11일, 일본에서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가 시작됐다.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이었지만 우리도 거의 이틀에 한 번 비가 내리면서 벌써 장마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장마의 기상학적 정의는 여름철 정체전선(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다. 일본의 경우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을 끌어올려 공식적인 장마가 시작됐지만 우리는 아직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다.잦은 비를 몰고 온 것은 저기압이었다. 북동쪽 상층에 차가운 성질의 저기압이 정체하면서 주기적으로 비구름대
'요즘 애들'이 묻는다, 일이란 무엇인가
MZ세대 직장인들에게는 어느 때 보다 일과 직장이 화두다. 지난해 우리는 누구나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금융위기 때처럼 자산이 폭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등바등 열심히 일했는데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로 맨 뒷줄로 밀려나버린 자산 급등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막 직장에 입사한 젊은 세대라면, 게다가 물려받을 것 한 푼 없는 흙수저라면 나의 성장을 보장해주지 않는 일터와 통장을 스치는 근로 소득을 바라보는 눈이 복잡하기만 하다.유튜브 채널 이과장이 내놓은 웹드라마 좋좋소의 인기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취업
ESG, 누구를 위한 열풍인가
ESG 열풍을 넘어 광풍 수준이다.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ESG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이 한 말이다. 요즘 경제계 최대 화두를 꼽자면 단연 ESG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경영이나 투자 방침을 뜻한다.산업이나 금융계 출입 기자들이 기업 관계자들에게 물으면 아마 열에 아홉은 ESG 이슈가 최대 관심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ESG 경영선언, 위원회 설립 등에 대한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행사 개최가 잇따른다.기자들은 본디 불신 지옥에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