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붉은 소나무의 비밀
재선충 방제 사업을 제대로 하면 이듬해 일거리가 없어지는 모순이 생깁니다. 현장에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야 사업을 계속해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수 십 년 경험을 지닌 산림사업 전문가가 취재진에게 말한 내용입니다. 취재기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말입니다.단풍철도 아닌데 푸른색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붉게 물들어 죽어갑니다. 강원도부터 경기, 영호남, 충청지역까지 재선충병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전염병입니다. 산림청은 전염병을 완전히 잡겠다며 30여 년 동안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이달의 기자상] 국회 운동장에 내리는 계엄군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3일 밤 10시20분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 바로 국회로 달려갔다.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경내로 들어가려는 보좌진 및 시민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어 도저히 국회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으나 약간의 허술해진 틈으로 국회에 진입했다.경찰과 시민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취재하고 있는데 어두운 밤하늘에 계엄군이 탑승한 헬기가 국회 본관 뒤편 운동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나는 주저하지 않고 국회 운동장으로 달려가 계엄군이 국회로 향하는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계엄군
[이달의 기자상]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
12월4일 오전 0시 41분. 10여명의 계엄군이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을 통해 국회 본청으로 난입했습니다. 억센 손길에 밀려 벽으로 몰렸을 때, 머릿속에는 체포돼 끌려가겠구나라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은 본회의장 쪽으로 내달렸고, 그때 이들의 목적이 국회 봉쇄가 아닌 본회의장 진입임을 직감했습니다.의원들을 체포하려는 건가, 이 복도를 지나면 바로 본회의장인데. 앞으로 벌어질 짐작하기 힘든 일들을 상상하며 그들을 쫓아 뛰었습니다.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를 옷소매로 닦아낸 뒤 연신 촬영 버튼을 눌렀습니다.국회 직원들은 발 빠
[이달의 기자상] 혈세 쏟은 DTL, 알고 보니 '의원님' 왕국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분은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으셨나 봅니다. 돈은 대구시에서 훌쳐서, 땅은 형님이 투자 실패한 땅에 임대료를 줘 가면서, 그 또한 남의 돈으로. 험한 시대를 밑바닥부터 올라와 국회까지 올라가신 그분이 살아온 세상에선 그렇게 눈먼 돈을 챙기는 게 당연한 일이었나 봅니다. 높은 사람 말 한마디면 그게 불법이든 위법이든 아랫것들은 알아서 딱!딱!딱! 그래서 그렇게 높은 자리를 향해서 끊임없이 노력하셨나 봅니다. 근데 꼬리가 길어도 너무 길었습니다. 떡 만진 손에 묻은 고물을 너무 흘리고 다니셨습니다. 이제 그 꼬리는
[이달의 기자상]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6년간 국내에서 발행된 33조원 상당의 녹색채권의 사용처를 분석했다. 처음 시도되는 프로젝트였고, 다양한 시각의 기사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중엔 녹색에 쓰이지 않는 녹색채권을 다룬 기사도 있었다.이런 댓글이 있었다. 녹색 들어가는 건 모두 사기로 보면 된다. 녹색다운 녹색을 하자는 기사를 누군가는 녹색을 지워야 한다는 식으로 읽었다.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를 부정하는데, 언론의 책임도 크다. 온난화는 인간과 무관하고, 인류는 마음껏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도 된다는 믿음. 비과학적이지만 죄책감을 덜어주는 이런 믿음이 퍼지는 데 미
[이달의 기자상] 신라와 유라시아 1300년 문명교류 '바실라'
지역에는 세계적 의미를 가졌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신라 해상관문이던 울산과 수도였던 경주에 있는 수많은 외래 문물들. 동로마 유리기와, 페르시아 문양의 돌, 오만에서만 난다는 유향, 동남아산 거북 등껍질 빗. 이것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요?지금까지 단순히 신라 때 대외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만 있었는데, 새로운 기록과 유물을 토대로 실제 검증해보고 싶었습니다. 유라시아 11개국 10만㎞를 누비며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글로벌 프로젝트였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이던 이란에서는 촬영을 마치고 나오자 미
참담한 시대..."언론 보도로 바로잡아가며 희망 느껴"
한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3일, 그러나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장은 웃음과 박수로 시종일관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약 두달 간 찬바람을 맞으며 현장을 뛰어다녔던 기자들은, 이날만큼은 수상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암담한 시대 상황 속 희망을 기대하며 더욱 불편한 질문, 치열한 취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제412회(2024년 12월)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에서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시기가 시기였는지
CBS '대통령의 거짓말… 윤석열 골프' 보도, 언론 책무 다한 점 높게 평가
기자는 무엇으로 행동하고 무엇으로 말하는가? 무릇 취재로 행동하고 기사로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제41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 걸쳐 총 59편이 출품됐다. 평소 대략 70~80편 정도가 출품된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출품 수다. 이는 45년 만에 선포된 뜬금없는 비상계엄령과 연이은 대통령 탄핵 소추의 여파로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연일 쏟아지는 계엄탄핵 관련 기사량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꽁꽁 얼어붙은 정국 속에서 진행된 제41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는 불철주야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노고
[이달의 기자상] 대통령의 거짓말… 윤석열 골프
대통령이 군인들 예약을 취소시키고 그 자리에 들어가 골프를 쳤다. 시작은 한 문장의 제보였다. 오물 풍선 등 북한 도발을 이유로 국방부 차원에서 현역 군인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리고 예약을 취소했는데, 그 자리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들어가 골프를 쳤다는 내용이다.이중, 삼중, 사중의 팩트체크를 했다. 대통령 일정을 확인하고, 골프장 예약 및 취소 내용을 확보해 비교했다. 당시 골프를 쳤다는 사람들, 골프장 직원들, 예약이 취소된 사람들을 수소문해 확인했다. 추정되는 대통령의 이동 경로를 따라 경찰의 교통 통제 여부와 인근 CCT
[이달의 기자상] 의료계 불법 대출 실태
의사들이 개원자금 어떻게 구하는지 아세요? 우리 세금이 들어가요. 첩보를 처음 접했을 때 흠칫했습니다. 최근 매일 아침, 12월 정형외과 OPEN이란 현수막을 보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또 들어서네. 바로 건너편에도 정형외과 있는데 장사는 잘 되려나?란 오지랖 섞인 생각만 했을 뿐, 새 병원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금과 그 출처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어떻게 우리 세금이 들어간다는 걸까, 직접 개원 대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먼저 취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