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장윤기 사건 수사 은폐·축소 의혹
퇴근 후 서울 모처에서 만난 A는 파라솔 아래에서 반쯤 취한 채로 입을 뗐다. 나는 다섯 번은 넘도록 사실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그렇게 튀어나온 한 마디에서 취재는 시작됐다.SBS 취재팀의 초기 보도는 내용이 간단하다. 경찰이 살인 피의자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를 일부러 누락했고, 수사 정보를 장윤기 아버지에게 흘린 데다 경찰 간부인 장윤기 아버지가 그 정보 덕에 또 다른 핵심 증거를 인멸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수사 과정에서의 여러 부적절한 행태를 폭넓게 취재해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나갔다. 7월1일 SBS 8시 뉴
[이달의 기자상] 대통령의 근저당 매도
7월 초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대통령 양지마을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열었습니다. 그곳에는 근저당 17억7000만원을 잡고 주택을 매도한 기록이 있었습니다.사실을 확인한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그대로 양지마을 인근 부동산과 전문가들 취재에 돌입했습니다.대통령이 집을 어떻게 팔았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매도 전후 일어난 경기도 성남시 분당 지역의 토지거래허가 내역을 하나하나 전수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토지거래허가 신청 후 7거래일 만에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신기했습니다.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매도가 이뤄졌습니다. 타
[이달의 기자상] 외국 청춘에게 날아든 돌봄청구서
3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요양대학) 21곳이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개발도상국 젊은이들을 한국 요양대학에서 교육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게 한 뒤 요양원에 취업시켜 부족한 돌봄 인력을 메우겠단 취지입니다.한국 젊은 사람들도 꺼리는 일을 외국인 유학생들이 할 수 있을까? 대학까지 졸업한 뒤에? 의문은 요양대학 학생들을 만나면서 잘못됐다는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도현 배우가 좋아서 한국에 왔다거나 간호학과인 줄 알고 왔는데 도착하고 나서야 요양대학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비자 알선 비용과 학비, 생활비
[이달의 기자상]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 - 민선 9기 공약 공개 프로젝트
세상사의 중심이 어디든, 눈앞에 닥친 내 일과 내가 숨 쉬는 지역이 삶의 진짜 무게중심입니다.지역언론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고 믿기에, 그 믿음 하나로 온전히 몰입해 취재할 수 있었던 민선 9기 공약 공개 프로젝트는 제게 더욱 보람찬 기사였습니다.막막했던 지방의원 공약 추적의 물꼬를 터준 지난해 선배들의 노력 덕분에 올해 추적단은 공약 공개 홈페이지 제작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그 속에는 경기일보를 비롯해 광주일보, 영남일보, 충청투데이 기자들이 수만 개의 공약을 직접 모으고 분석하며 치열하게 달린 시간이 있었습니다.밤낮
[이달의 기자상] 제주 유명 아파트 게이트 의혹
시행사 대표의 수십억원대 투자사기와 횡령에 이어 권력형 게이트 의혹으로까지 확대된 아파트. 제주시 애월읍에 17개동, 425세대 규모로 지어진 대기업 계열 유명 브랜드 아파트입니다. 고분양가 논란 끝에 전체 세대가 미분양 돼 지난해 통째 공매 절차를 밟기도 했습니다.평소 이곳을 지나며 밤에도 대부분 불이 꺼져 있어 왜 그럴까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올해 초 아파트 시행사 전 직원의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하면서 그 이유를 하나씩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으로 시작한 아파트 개발사업은 민간분양 개발사업으로 전환하면서 3000억
[이달의 기자상] 끝나지 않은 세금잔치 '어촌뉴딜'
최근 어촌 마을을 찾으면 마을마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촌 한가운데 번듯한 건물이 새로 서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건물들은 하나같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019년 시작한 어촌뉴딜300 사업의 결과물들이었습니다. 시설들은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있었고, 주민소득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는 곳이 극히 드물었습니다. 각 마을당 평균 100억원씩, 전국 3조원이 쓰인 사업은 이렇게 겉만 채우고 속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경남의 어촌뉴딜 선정 마을들을 모두 찾아봤습니다. 예상은 늘 그렇듯, 한 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전국 3조원, 경남
[이달의 기자상] 野문체위원, 정몽규에 "더 배려했어야하는데 송구합니다"
7월30일 국회에서 대한축구협회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오전 내내 책임 있는 답변보다 해명과 책임 회피가 이어졌습니다. 오후 본회의가 열리면서 청문회가 정회됐고, 본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문체위원들을 중심으로 계속 지켜봤습니다. 그러던 중 윤용근 의원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했습니다. 이후 의원실에 추가 취재해 입장과 해명을 기사에 담았습니다.주변에서 도대체 이런 사진은 왜 찍히는 거냐고 많이 물어봅니다. 취재를 해보면 정작 당사자들은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굳이 숨길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보도, 저널리즘 기본 원칙 지킨 모범사례
제43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1개 분야에 걸쳐 총 64편이 접수됐다. 심사 대상 보도 시점이 지방선거 시기와 겹쳐 응모 총량은 예년보다 적었지만, 제출된 기사들의 완성도가 높아 수상작을 가리는 데는 다른 회차 못지않은 심사 시간이 걸렸다. 현장을 뛴 기자들의 고민과 노고의 흔적을 작품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취재보도1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연합뉴스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 보도는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떠오른 선거관리위원회 문제를 가장 먼저, 정확하게 제기했다. 기자가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사
[이달의 기자상]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투표용지가 다 떨어져서 투표를 못하고 있다는데, 가서 확인해 보자. 헐레벌떡 달려간 그곳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할 수 없게 된 데 항의하는 목소리로 한껏 달아오른 현장을 마주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내가 이런 현장을 취재하는 일은 없겠지. 매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날의 현장이었습니다. 역사에 기록될 장면 속에 들어와 있다는 마음으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바삐 담아 보도했습니다.온라인에 자신이 경험한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이 시대에는 뉴스 기사보다
[이달의 기자상] 최다 관중의 그림자, 야구장 폐기물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 역시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관중석에서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쓰레기를 버려왔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야구장에 들어서면 배부터 고프니, 일회용기에 포장된 음식들을 들고 들어가곤 했죠. 야구를 좋아하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일입니다.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경기가 끝난 뒤 마주하게 되는 쓰레기 산이었습니다. 팬이자 기자로서 문제의식을 품고 있었으나 정치부에 있던 지난해까지는 제가 직접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3월 스포츠부로 자리를 옮긴 뒤 폐기물 문제부터 빠르게 들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