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과 기본소득
미국 민주당의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낮춘다며 반대 소신을 펴고 있다. 뉴욕 경선을 앞두고 지난 14일 브루클린에서 열린 민주당 TV 토론회에서 그는 이러한 견해에 대한 도전을 받았다. 사회자가 “당신이 (자유무역 반대를 통해) 미국에 일자리를 다시 가져오겠다고 하는 어떠한 방법도 미국 내 물가를 상승시켜 결국 빈민과 중산층에게 피해가 돌아갈텐데 그 점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샌더스의 대답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것에서 시작할…
‘아일랜드의 머독’ 데니스 오브라이언
영국 미디어를 쥐락펴락하는 거물로는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k)을 단숨에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어떨까? 영국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아일랜드의 머독’으로 데니스 오브라이언(Denis O’Brien)을 지목한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전세계 32개국에 무선통신 서비스를 판매하는 디지셀 그룹의 회장인 오브라이언은 그동안 아일랜드 출신의 억만장자 정도로만 국내에 알려져왔다. 하지만 거침없는 언변과 화려한 사생활로 언론의 가십란에 자주 등장하는 머독에 비해 유명세를 덜 떨쳤을 뿐, 그 역시 경제권력을 이용해…
브라질 탄핵정국에 숨은 개혁 열망
"여야 정치인 모두 퇴진하라" "대통령선거·의회선거 다시 하자"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 시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에 등장한 플래카드는 여야 유력 정치인의 사진과 이런 구호로 채워졌다.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 테메르 부통령, 연방상원의장, 연방하원의장, 야권 대선주자 모두를 겨냥했다.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과 사법 당국의 권력층 부패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브라질 사회가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부패 수사에 환호하던 시위 현장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지난 3월 중순에 벌어
사고뭉치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는 필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비롯, 예닐곱 가지의 중국 신문을 구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 읽기에 들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신문은 달라도 실리는 기사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신문들은 매일 매일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내려보내는 지침에 따라 편집하는 까닭에 신문별로 지면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특히 기자가 관심을 갖는 중국 지도자들의 동향이나 발언 등 정치 기사는 글자 한 자 차이없이 똑같다. 자사 기자가 취재해 쓴 기사를 싣는 게 아니라 신화통신의 기사를 그대로 전재하기
도박 스캔들과 요미우리신문
일본 언론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스캔들이 최근 연이어 벌어졌다.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들의 도박 스캔들이 그것이다. 이번 도박 스캔들은 야구계 내부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번 스캔들이 자칫 부수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신문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일본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은 요미우리신문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계열사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요미우리 미디어그룹을 신문 출신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고 구단 간부들도 요미우리신문 출신이 낙하산으로 많이
미 대선과 소셜미디어
1960년 9월26일 시카고의 CBS 방송국에서 열린 존 F 케네디 상원의원과 리처드 닉슨 부통령의 대선토론을 라디오로 들었던 밥 돌 당시 하원의원 후보는 닉슨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TV로 토론을 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닉슨은 창백한 모습으로 연신 땀을 닦으며 초조해 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케네디는 60분 내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닉슨을 압도했다. 그 해 11월 케네디는 최연소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어요(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 나온 것은
BBC 트러스트는 왜 골칫덩이가 되었나
BBC 트러스트(BBC Trust)의 존폐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BBC 트러스트는 2007년에 영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서 출범해 BBC의 수신료 수입을 감독하고 있는, 그야말로 BBC의 최고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BBC 트러스트를 폐지하고 그 주요 권한을 정부에 소속된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에 이양할 것을 주장하는 ‘BBC 거버넌스와 규제에 대한 평가’ 보고서가 지난 3월 1일에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보고서의 작성을 의뢰한 것은 다름아닌 존 위팅데일(John Whitting
쿠바인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
“그렇게 가난한데 왜 쿠바인은 다들 행복한 표정인가?” 6개월 전 단기 특파원으로 처음 쿠바에 온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대중 매체로 접하는 쿠바인의 이미지는 밝고 낙천적이다. 실제 쿠바는 멋과 풍류가 넘치는 곳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누구나 럼(rum)과 시가(cigar)를 즐기며 어디서나 살사를 추고 골목마다 재즈 음악이 울려퍼진다. 반년 간 직접 느낀 쿠바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택시 간판을 단 1950~60년대 고철 덩어리가 여전히 도로에 굴러다니고, 수백년된 스페인 식민지 건물들은 폭격을 맞은 중동…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브라질
브라질은 지난 2013년 한바탕 혼란을 겪었다. 제1 도시 상파울루를 비롯한 지방정부들의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반대하며 그 해 6월부터 시작된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부패 척결과 공공서비스 개선, 복지와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는 국민적 저항운동으로 번졌다.1950년 이후 64년 만에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대회의 함성에 묻혀 2014년은 그럭저럭 넘어갔으나, 2015년부터는 본격적인 위기가 닥쳤다. 사상 최악의 경제 침체 속에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빠져들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 회계가 재정법을 위반했다는
다시 보자 대만
지난달 대만 총통 선거 취재 차 대만을 찾았다. 처음 가 본 대만은 중국과는 전혀 다른 나라였다. 노인이 쓰러져 있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중국과는 달리 대만 사람들은 낯선 외국인에게도 친절했다. 횡단보도에 파란 신호등이 들어와도 사람보단 차가 우선인 베이징(北京) 생활에 익숙해진 특파원은 보행자를 위해 횡단보도 전에 멈춰 선 자동차를 보고 중국과 대만이 같은 한족(漢族)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중국말을 쓸 뿐 중국보단 오히려 일본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 것은 함께 취재를 간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만 사람들을 ‘중국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