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새끼원숭이와 일본의 언론자유
일본의 한 동물원에서 갓 태어난 새끼 원숭이에게 영국 공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영국왕실에 실례인가 아닌가를 둘러싸고 지난주 일본 전역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공모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자 동물원에는 항의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쳤다고 한다.“런던 동물원의 원숭이에게 일본 왕족의 이름을 붙인다면 기분이 어떻겠느냐”, “영국왕실에 실례다”, “일본인들은 영국왕실을 바보취급한다고 (영국인들이) 생각하지 않겠느냐” 등 반발에 부딪히자 동물원 측은 공모결정 취소 여부를 협의 중이라며 태도를 유보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국민의 찬반 의견을 소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불가능한가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전 “아베의 방문이 빨리 좀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베가 미국에서 후한 대접을 받을수록, 미·일 관계가 밀착될수록 한국 국민들에게는 한국 외교가 실패한 것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 하원의원 25명이 연명서한을 통해 아베에게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라고 하고 미국 주류언론들이 아베의 과거사 인식을 문제 삼는 논평을 자주 전한 것을 보면 한국 외교관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던 것 같다. 재미한인들이 미국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어느 때보다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영국 총선, BBC 수신료 제도에 영향 주나
내달 7일에 예정된 영국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보수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 대표가 BBC 수신료 제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7일 ‘라디오 타임즈(Radio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는 “BBC를 보호하는 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며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현행 수신료 제도를 유지할 계획임을 밝혔다.세계에서 최초로 설립된 공영방송인 BBC는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연간 24만원(145.50 파운드)에 달하는
남미 여성 대통령들의 위기
남미에서 ‘여성시대’가 빛을 잃고 있다. 브라질과 칠레의 여성 대통령은 부패·비리 문제로 발목을 잡혀 휘청대고 있고, 아르헨티나 여성 대통령은 마땅한 후계 구도를 찾지 못한 채 퇴임을 앞두고 있다.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국영에너지회사 비리 스캔들 때문에 탄핵 위기로까지 몰렸다.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거듭되면서 야권에서 대통령 탄핵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이다.대형 건설업체들이 국영에너지회사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이 오갔고, 뇌물 가운데 일부가 돈세탁을 거쳐
중국에선 아직 먼 언론의 자유
“마오쩌둥(毛澤東)이 없었다면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도 없었다.”중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사실 마오쩌둥은 중국에선 신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심장인 톈안먼(天安門) 광장엔 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시신이 안치된 광장 맞은편의 마오주석기념당엔 아침마다 중국 전역에서 올라온 참배객이 줄을 선다. 1위안(약 180원)부터 5위안, 10위안, 20위안, 50위안, 100위안(약 1만8000원)까지 모든 위안화 지폐의 주인공은 단 한 사람, 마오쩌둥이다.그런 마오쩌둥을 중국인이 공식 석상에서 비판하
아베 정부 독주 견제 못하는 일본 언론
3월27일 일본의 TV아사히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 생방송 도중 벌어진 방송사고(?)가 언론계에 논란이 되고 있다. 아베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시사평론가 고가 시게아키씨가 아베 정부의 압력을 받아 방송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생방송 도중 폭로한 것이다. 고가씨는 진행자가 중동 정세에 대해 질문하자 ‘나는 아베가 아니다(I am not ABE)’라는 손팻말을 들어보이면서 자신이 스가 관방장관과 총리관저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았고 이로 인해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발언했다.아베 정부가 방송장악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는…
미국의 업보(業報)
미국 국방부 아태 차관보 데이비드 시어는 지난달 27일 워싱턴의 한 연구소에 연사로 나와 청중석의 한 일본인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70년 전 이맘 때 미 해병대는 오키나와 섬에 상륙해 수십만명의 군인은 물론 수십만명의 민간인들을 죽였다. 그 해병대가 지금도 오키나와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오키나와인들은 우선 자신들을 희생시킨 일본 정부를 탓하지만 미국은 아직도 오키나와의 후텐마기지를 없애기는커녕 섬 안의 다른 곳에 기지를 지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은 이 공사를 막아내고 있다. 미국이 체면을 구기지 않고 출
이스라엘을 둘러싼 현실과 판타지
대중문화에서 소비되는 이스라엘 이미지는 멋지고 쿨하다. 작지만 강한 나라, 아랍 세계에 맞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나라. 최근 전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의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시즌3)’에서도 이스라엘은 익숙한 방식으로 그려진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어느 쪽에도 기대지 않고 자력갱생하는 나라. 그 어떤 초강대국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용맹과 결단력을 갖춘 나라.그러나 대중문화 속 판타지와 달리 실제 이스라엘 사회에 들어가
180만명 반정부 시위 브라질, 개혁이 필요한 이유
브라질은 1980년대 중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민운동을 경험한다. 대략 1983년부터 시작된 민주화 운동 ‘지레타스 자(Diretas ja, ‘지금 당장 직접선거를’이라는 뜻)’는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했다. 1984년 1월25일 상파울루 시 탄생 430주년을 맞아 남미 가톨릭 성지의 하나인 세(Se) 성당 앞 광장에 모인 수십만 명의 시민은 민주주의 회복과 대통령 직선제를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밀린 군사독재정권은 민정 이양을 약속했고, 정치권은 제헌 의회를 구성해 민주 헌법을 제정했다. 1985년 3월15일…
남북 먼저 만난 뒤 모스크바 가라
남북 지도자가 오는 5월 러시아에서 만날 지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모두 초청한 러시아는 일찌감치 김 제1위원장은 꼭 참석할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아직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교착 상태인 남북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박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잘 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미국이 우방국의 ‘모스크바행’을 반대한다지만 미국의 가치와 우리의 국익이 항상 일치할 순 없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