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가 '반쪽짜리 정의'에서 벗어나는 길
지난해 방송연예대상 신인상을 받은 김대호 MBC 아나운서는 1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장성규 전 JTBC 아나운서와 프리랜서 선언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장 전 아나운서는 2019년 JTBC를 떠나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아나운서는 장 전 아나운서에게 이렇게 물었다. 갈등은 안 했어요? 나가면 직장 다니다가 사업하는 거잖아. 개인사업자잖아.정규직 아나운서 중 누군가는 직장을 떠나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프리랜서를 꿈꾼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아나운서 일을 시작한 이들은 노동자로서 온전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성평등 의제 확산을 위한 언론의 역할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여러 관련 보도가 있었다. 각종 행사와 성차별 철폐를 위한 여성 단체의 집회시위에 대한 스트레이트 기사가 가장 많았고,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한 진단과 제언, 그리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진입한 이후 한 번도 꼴찌를 벗어난 적이 없는 유리천장 지수 등이 주요 보도 아이템이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젠더 권력 관계에 따른 여러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념일 혹은 특정 사회적 사건을 중심으로 관련 의제를 환기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일 것이다.아쉬운 점은 여전히 성평등 관련 의제가…
총선 후보, '기후' 하는가
오늘은 여섯 장을 받았다, 어제는 여덟 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명함이다. 이 명함은 각 지역 유권자를 향한 봉사의 다짐이라기보다 선거철에 뛰어든 이들의 시선끌기 티켓으로 느껴져서 씁쓸하다. 이 티켓은 매력이 없는지, 건네진 뒤 눈앞에서 곧바로 버려지는가 하면 공공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무더기로 쌓인 게 발견되기도 했다. 나무 몇 그루가 쓸데없이 베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집 앞 지하철역에는 대형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렸다. 빌딩 한 면을 자신의 얼굴로 채운 예비후보도 있다. 어떤 후보는 걸었던 현수막이 별로라고…
인스타그램 피드는 뉴스일까?
어린 시절 할아버지는 저녁 9시 뉴스 마지막 일기 예보가 끝나면 텔레비전을 끄고 주무셨다. 할아버지 옆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던 나에게 뉴스란 하루를 정리하고 저녁 시간에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어린 시절의 나처럼 뉴스를 보는 사람이 있겠지만, 오늘날 뉴스를 이용하는 방식은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작년 말 퓨리서치 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뉴스를 본다고 응답한 사람이 16%였다. 페이스북(30%)이나 유튜브(26%)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지만, 어떤 사람은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보는 서비스인데…
방심위원장 '입틀막'에 경종 울린 법원
입틀막(입을 틀어 막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제기로 해촉된 김유진 위원의 해촉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불씨가 된 청부 민원 의혹은 지난해 12월 방심위 내부고발자가 권익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 지인 등이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보도에 대해 다수의 심의 민원을 넣었고, 방심위 사무처가 이를 보고했는데도 류 위원장이 안건 심의에 참여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법원 판시를 보면 방심위가 얼마나 파
'선택적 데이터' 또한 사실이 아니며 진실일 리 없다
선택적 정의가 정의가 아니듯, 선택적 데이터 또한 사실이 아니며 진실일 리 없다. 골라 먹는 재미란 아이스크림에나 어울리는 말이다. 역사적 사실을 골라 쓰다간 골로 갈 수 있다. 아~, 맞아, 그래, 그렇지를 영화 상영 내 연발하던 관객은 이 영화를 건국 1세대에게 바칩니다란 장면에선 기립 박수를 쳤다. 그가 영화관을 나서며 내뱉은 아이들이 꼭 봐야 해란 말에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이승만은 독재하지 않았다, 이승만 정부에선 의회의 자유가 만개했다, 이승만이 농지개혁을 주도했다, 315 부정선거는 이승만과 상관없다, 한국전쟁 발발 후
참을 수 없는 직관의 유혹과 직업의식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논란 끝에 경질되었다. 감독으로서의 자질은 실망스럽지만, 그는 여전히 위대한 축구선수다. 선수 시절부터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클린스만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독일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해 잠비아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전반 시작 12분 만에 대여섯 명의 한국 수비수들이 페널티 박스에 포진해 있는데도 묘기에 가까운 멋진 터닝 발리슛을 작렬시켰다. 이것을 시작으로 독일은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었고, 그 중 2골을…
세월호를 정파적으로 이용한 사람은 누구인가
정해진 수순이었다. 뉴스9 앵커가 전격 교체되고, 메인 시사프로그램이 편성 삭제 후 폐지됐다. 사장은 자사 기자들이 지난 몇 년간 불공정 편파 보도를 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기준에 따라 KBS에서 일련의 의사 결정들이 이뤄졌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기획은 사실상 제작 중단 지시로 불방 결정됐다. 제작본부장은 이미 촬영의 40%가 진행돼 제작의 8부 능선을 넘은 방송의 철회를 지시하며 불방의 원인을 4월 총선 전후 영향을 미칠 정파성 탓으로 돌린다.세월호 참사는 맹목적 취재 경쟁으로
또 다른 김성녀를 찾아서
김성녀(金姓女김씨 성을 가진 여성), 나이 69세, 치료 기간 2주일.1925년 10월24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도초도 소작 쟁의 당시 중상자 명단의 일부다. 전남 무안군 도초도(현 신안군 도초도)에서 발생한 소작 쟁의는 소작료 수탈로 인해 농민들이 일제에 저항한 대표적 항일운동이다. 도초도 주민 200여명은 소작료 인하 투쟁을 하던 소작인회 회원들이 구속되자 석방을 요구하며 목포경찰서로 몰려갔다. 그러나 일제 경찰은 시위 참여자들을 구둣발로 차고 군도로 때리며 폭력적으로 진압했다.중상자 명단을 통해 여성 농민들이 거친 시위 현장을…
정권 나팔수 방송 만들려 YTN 민영화했나
말 많고 탈도 많았던 YTN 민영화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새롭게 YTN 대주주가 된 유진그룹의 미심쩍은 행보 때문이다. 유진 측은 지난주 YTN에 주주제안 형식으로 이사 후보 6명을 통보했는데, 사내이사 후보 중 한 명인 김백 전 YTN 상무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김 전 상무가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지명될 것이라는 게 YTN 안팎의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우장균 사장의 임기는 9월까지 반년 이상 남아있지만, 사측은 우 사장을 강제 해임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주총에서 추가 선임한…